중립성 지켜야할 광역단체장 이례적 법적 공방
적폐청산 수사 정점…서울시장 3선 계기될까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고소·고발하면서 '적폐청산'의 중심에 섰다.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자신에 대해 명예훼손 및 사찰 활동을 했으며 이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는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일희일비하며 대응할 생각 없다”며 공식적으로 릫무대응릮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불편한 심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적폐청산 작업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자신에게까지 향하면서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적폐청산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사정기관의 수사는 정계를 넘어 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문성근, 김미화씨에 대한 조사에 이어 박 시장의 고소·고발로 수사 과정은 정점을 찍게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이례적으로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지목하면서까지 일련의 적폐청산 과정에 자신의 정치적인 승부를 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시장은 19일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민병한 전 국정원 2차장 등 11명을 직권남용·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됐다. 이종명 국정원 전 3차장은 21일 오후 2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다.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은 자신의 고소·고발에 대해 “죽은 권력을 보복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정치보복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이에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아는 정치보복은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가한 것”이라면서 “진실을 왜곡하고 과장하고 여론조작하고 모욕주고 그리하여 노 전 대통령이 비극적인 결심을 하게 한 것 이상의 정치보복이 있었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을 고발한 것은 저와 가족에 대한 음해와 공작을 넘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가의 근간을 허문 중대범죄로서 이에 대한 처단과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공익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며 “원 전 원장의 처벌로 꼬리자르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전 대통령의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며 박 시장을 지원했다. 20일 민주당은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정원을 통한 공영방송 장악,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리,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지시, 박 시장 제압 문건 관여 등 언론에 사실로 드러난 MB가 연루된 사건들만 여러 가지”라며 “검찰은 모든 적폐의 몸통인 MB 수사에 철저히 임해 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폐청산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에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박 시장 본인에게도 3선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박 시장은 최근 리얼미터가 실시한 서울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을 물리치면서 1위를 차지했다.
박 시장은 3선 도전에 대해 “제 연임 문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번 추석 연휴 이후 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