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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귀가/이재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4초

 
 차창 밖으로 비가 내린다.
 버스를 타기 전에는 맑았던 하늘인데
 집으로 가는 길에 비가 내린다.
 지방 소도시의 대학에서 시간 강의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갈 때면 늘 가혹하게 막힌다.
 모두 저마다 집으로 가거나
 외로움을 달랠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저녁 일터로 가는 길일 것이다.
 휑한 마음 한구석에 빗방울이 또르륵 떨어진다.

[오후 한 詩]귀가/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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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보따리를 들고 어딘가로 나서는
 장돌뱅이의 저녁이 궁금하다.
 언제쯤 집으로 당도할까.
 쉬어야 할 집은 멀고
 목은 더 컬컬해진다.
 버스 뒷자리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연유인지 생각하다
 뒤로 가서 가녀린 등을 토닥거려 주고 싶지만
 모른 척 그냥 눈을 감는다.
 도착할 집은 멀고 잠은 오지 않는다.
 버스가 도착할 무렵이면
 가까운 막걸리집부터 찾을 것이다.
 컬컬한 목이 바짝 마른다.


 
■참 이상한 일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매번 멀기만 하다. 아마도 집에 빨리 도착했으면 그래서 따뜻한 물에 씻고 누웠으면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제 세 정거장 남았구나, 저기 마트를 돌면 꼬마붕어빵 파는 아저씨가 보이겠지, 두 개만 먼저 먹어도 될까… 혼자 정겨운 셈을 하면서 차곡차곡 밟아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은,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왜 이렇게 퍽퍽하고 고달프기만 한지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어디 생맥주 한잔 같이할 사람은 없나 싶은 생각만 간절하다. 왜 그럴까? 모르겠다. 모르겠는데 다만 지금은 장돌뱅이처럼 좀 서성이다 아무 데나 들어가 아무렇게나 자고 싶고 그러다 좀 울고 싶을 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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