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들 마약 범죄 혐의'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번 사건이 남 지사의 경기도지사 재선 가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1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남 지사의 장남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 지사의 장남은 자택에서 혼자 한 차례 마약을 투여했으며 자택에서 필로폰 2g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의 아들은 2014년 군 복무시절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군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남 지사 장남의 마약 범죄 연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내년 경기도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금까지 보수진영에서는 남 지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 왔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경기 북부 출신인 홍문종 의원(의정부시을)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원유철 의원(평택시갑)과 심재철 의원(안양시 동안구을)도 주변의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는 남 지사 외에 정병국 의원(여주시ㆍ양평군)이 후보군에 들어 있다.
여당에서는 지난 대선을 통해 '전국구 정치인' 반열에 오른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전해철 의원(안산시 상록구갑), 김진표 의원(수원시무), 최재성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경선과정에서 여론의 관심을 불러 모을 '스타 정치인'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여권이 이 시장 등을 내세워 경선 흥행몰이에 나설 경우 여론의 관심은 여권후보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물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권 주자였던 남 지사가 경선에서 제외된다면 보수진영의 예선은 맥 빠진 '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바른정당에서는 남 지사 장남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당 관계자는 "이번 일은 남 지사의 일이 아닌 남 지사 아들과 관련된 일"이라며 "자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당이 특별히 논평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남 지사측도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행동보다는 사실 해명과 대국민 사과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독일 출장 중인 남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군 복무 중에 후임병을 폭행했던 큰 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며 "독일 베를린 출장 중인 저는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가장 빠른 비행기로 귀국해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남 지사측 한 관계자는 "지금 현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내일(19일) 남 지사가 독일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사과 표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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