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알츠하이머…후각 이상으로 판단한다

디지스트 연구팀, 알츠하이머성 치매 조기 진단 새로운 길 열어

[자료제공=디지스트]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에 냄새를 못 맡는 원인을 규명하며 알츠하이머성 치매 조기 진단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모델동물을 이용한 행동 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 발견되는 초기 후각기능 이상이 뇌 기능에 이상을 보이는 단계(14개월, 알츠하이머성 치매 증상 진행 단계)보다 훨씬 앞선 단계(6개월, 알츠하이머성 치매 증상 발현 초기)에서 이미 진행됨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응용하면 조기에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디지스트(DGIST, 총장 손상혁)의 뇌·인지과학전공 문제일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의 냄새를 못 맡는 원인을 규명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전체 치매의 60~80%를 차지하는 가장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퇴행성 뇌 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정부도 18일 치매 관련 의료비 경감 등 국가 치매책임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현재 치매에 대한 근원적 치료법은 없습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면 증세 악화를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시장에 출시된 일부 치료제들도 치매의 직접적 치료보다는 증세 완화 혹은 지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에는 '베타아밀로이드'로 부르는 독성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발현돼 뇌 안에서 축적되며 뇌신경세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일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후각기능 이상에 주목했습니다. 중추신경계인 뇌뿐 아니라 말초신경계인 후각신경계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모델동물을 이용한 행동 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 발견되는 초기 후각기능 이상이 뇌 인지기능 이상을 보이는 생후 14개월보다 앞선 생후 6개월에 진행됨을 확인했습니다.

중추신경계 내부에서만 발현한다고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계인 후각상피조직 자체에서도 직접 발현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나아가 베타아밀로이드가 후각상피 속 후각신경세포에 치명적 영향을 끼쳐 직접적으로 후각 기능 상실을 유도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문제일 교수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 초기단계의 베타아밀로이드 발현 메커니즘을 규명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단계에 발병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며 "앞으로 치매 조기진단법, 치매 치료기술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후속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셀 데스 앤드 디지즈(Cell Death & Disease)' 온라인판(8월10일, 논문명:Differential spatial expression of peripheral olfactory neuron-derived BACE1 induces olfactory impairment by region-specific accumulation of β-amyloid oligomer)에 실렸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