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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 긴급 수혈했지만…백기 든 롯데마트 "차이나엑시트"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8초

2008년 첫 진출 이후 적극적 사업 확장
"2018년까지 현지 톱10 목표" 내걸었지만
사드 배치 불만품은 당국, 표적수사에 '백기"

7000억 긴급 수혈했지만…백기 든 롯데마트 "차이나엑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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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롯데마트가 중국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한 것은 중장기적인 사업 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태가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외자 기업으로서의 운영 한계와 훼손된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지에서 여전히 전개 중인 다른 계열사 사업을 고려, 극단적인 철수보다는 매각을 통한 자연스러운 '차이나엑시트'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화 될 수록 불어나는 적자…물거품 된 '톱10'의 꿈= 롯데그룹은 2008년 6월 네덜란드계 할인점 '마크로' 매장 8개를 인수하며 중국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경쟁사인 이마트(1997년)보다 10년 이상 뒤쳐졌지만, 이듬해 9월 로컬마트 '타임스'까지 집어삼켜 현지 매출 기준 12위 사업자로 급부상했다. 당시 롯데마트는 "2018년까지 중국 내 톱10이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롯데마트가 제시했던 청사진은 물거품이 됐다. 사드 배치 결정에 불만을 품은 중국 당국이 올해 들어 세무조사,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전국 매장 곳곳을 뒤지고,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현재 중국 전역 112개의 리테일 매장(롯데마트 98개, 롯데슈퍼 13개) 가운데 87개는 폐점 상태다. 문 닫은 매장은 내부에 진열했던 제품을 모두 회수해 텅 비어있고, 현지 직원들도 출근하지 않는다. 현지 노동법에 따라 지급되는 정상 급여 대비 70% 수준의 인건비와 세금 등을 포함해 매달 200억원 이상의 지출만 발생하는 상황이다.


중국 할인점 사업에 따른 손실액은 2013년 830억원에서 2014년 1410억원, 2015년 1480억원, 지난해 1240억원 등 4년 간 4960억원에 이른다. 롯데그룹이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다는 결정을 내린 지난 2월 말 이후 현재까지 추가적인 피해규모만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7000억 긴급 수혈했지만…백기 든 롯데마트 "차이나엑시트" 지난 3월 중국 북동지역 지린성에 있는 롯데마트 모습. 영업이 중단된 매장 앞에서 중국 공안과 반한 시위대가 대치 중이다.


◆7000억원 긴급수혈에도 꺼지지 않은 불…시장선 "기다리던 결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지속적으로 중국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외신과의 인터뷰를 자처, "중국 사업을 계속하기를 바란다" "중국을 사랑한다"고 언급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들어 7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중국 소매시장의 성장 기회가 표면적인 이유로 거론됐지만, 롯데마트 외에도 케미칼, 제과, 유통 시설 개발 등 현지에서 전개 중인 다른 계열사 사업에까지 타격이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프라인 매장 매각 이후에도 롯데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현지 온라인 업체를 통해 유통하는 등 플랫폼 전환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롯데의 결정을 환영하는 한편, 이마트와 비교해 수월하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손윤경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중국 유통업에서 롯데마트는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평가했으며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순 파산이 아닌 만큼, 매각 가격에 따라 일부 손실 보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사업 철수로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잠재 부실이 사라질 경우 지주사 분할합병 전 기준으로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약 8% 감소하지만, 영업이익은 14% 이상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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