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부적절한 이미지와 내용으로 제작해 유포하는 등 ‘특수공작’을 한 것으로 14일 드러난 가운데 피해자 배우 김여진과 문성근이 각각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여진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각오를 했었고 실제로 괜찮게 지냈다. ‘덕분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도 이건 예상도 각오도 못한 일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정원이 합성한 사진은) 2011년의 사진이라지요. 그게 그냥 어떤 천박한 이들이 킬킬대며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작품이라고요”라며 어이없어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을, 아니 지금 이곳에서 함께 촬영하고 있는 스텝들 얼굴을 어찌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지난 일이다’ 아무리 되뇌어도 지금의 저는 괜찮지 않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배우 문성근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경악! 아∼이 미친 것들.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적었다. 또 “합성 사진뿐이겠느냐. 검찰에 가면 공작이 분명한 ‘바다이야기’도 물어봐야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 매체에 따르면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당시 국정원이 두 배우의 이미지 실추를 유도하기 위해 두 배우의 부적절한 관계를 나타내도록 합성한 사진을 제작ㆍ유포하는 취지의 내부 문건 등을 발견하고 이날 이 자료 등을 포함해 원세운 전 국정원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1년 10월 한 보수 성향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을 주인공으로 한 합성 사진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19禁] 문성근과 김여진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제목으로 사진 내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주연 “육체관계”’라는 소개글이 있었다.
한편 국정원 개혁위원회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은 검찰은 검토에 착수, 이르면 다음주부터 두 배우를 포함해 국정원의 사이버 공작 피해자로 지목된 문화ㆍ연예계 인사를 불러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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