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는 숙청, 핵 개발자 팔짱에 北은 지금 과학자 열풍
북한은 정권 수립일인 9일 수소탄 시험 성공을 축하하는 핵과학자 축하연회를 열고 내부결속을 다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정치적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9일 연설에서 “수소탄 폭음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피의 대가로 이뤄낸 조선 인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이날 ‘공화국 창건 69돌 경축연회’가 옥류관에서 있었으나, 김 위원장은 이곳이 아닌 핵과학자 축하연회가 열린 평양 목란관을 부인 리설주와 함께 찾아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핵무기 개발을 담당한 홍승무 군수공업부 부부장의 손을 꼭 잡으며 행사장에 입장했다. 이윽고 축하공연이 끝나자 김 위원장은 홍 부부장과 핵개발 실무를 주도한 리홍섭 핵무기연구소장과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등 이들을 향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했다.
10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영상에서 홍승무와 리홍섭은 각각 대장(별 4개)과 상장(별 3개) 계급장을 패용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군부 서열 1위 황병서 차수가 상장인 리홍섭 소장에게 깍듯하게 거수경례하는 모습 또한 카메라에 잡혔다.
체제 걸림돌은 무자비 숙청, 핵 개발자에겐 특급대우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약 5년간 숙청당한 간부의 수는 약 140여 명에 달한다.
아버지 김정일의 운구차를 호위했던 군의 실세 리영호 총참모장을 군부대 무단이동을 이유로 숙청, 김정은 집권 후 2인자로 떠오른 고모부 장성택을 반당·반혁명 종파 행위를 이유로 처형한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상세히 알고 있는 김정일 집권기의 고위 간부들이 사라질 때까지 숙청이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반면 자신이 핵심 사업으로 진행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 과학자에게는 과도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해왔다.
지난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 당시 미사일 개발 책임자들의 손을 꼭 잡는가 하면 발사 성공 후 이들과 포옹하는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
또한 지난 3월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찰리에서 고출력 로켓 엔진 지상분출시험 참관 후 엔진 개발 과학자를 직접 등에 업고 미소 짓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전파를 탔다.
이에 북한 전역에서는 부모들이 자녀를 군복무 후 당 기관이나 사법기관에 보내 출세시키는 노선에서 과학자로 키우는 쪽으로 교육관이 변화하고 있으며, 영재 교육기관인 제1고급중학교 진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는 보도했다.
김일성, 김정일 집권기에는 볼 수 없던 김정은의 이 같은 파격적 행동은 핵·미사일 개발자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공개적으로 과시함으로 일선 개발자를 더욱 독려해 핵 개발을 완수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위원장은 축하연회 연설에서 “자위적 핵 억제력을 튼튼히 다져나가기 위한 과학연구사업을 더 야심차게 벌여나가도록 해야한다”며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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