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전남 지역 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여중생 자매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학교폭력에 대처를 하지 못한 채 불미스러운 일만 일으키는 SPO의 폐지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SPO는 지난 2012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는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배치됐다. 그러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 전국 학교에 배치된 SPO는 1092명이다. 이들은 초ㆍ중ㆍ고등학교와 특수학교 등 총 1만1733개교를 담당한다. SPO 한 명당 10~11곳의 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6월 부산의 SPO 2명이 담당학교 여학생 2명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일어나며 SPO 폐지론이 수면 위로 올랐다.
경찰은 지난해 7월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개선대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SPO의 업무를 학교폭력 예방에 집중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이 많은 상담 업무는 제한해 혹시 있을지 모를 성범죄를 예방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경찰의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서 담당 SPO가 별다른 역할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에는 전남 모 경찰서 소속 SPO의 여중생 자매를 10여차례 강제 성추행한 사건까지 불거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SPO 존폐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 경찰은 "실질적으로 범죄예방은 못하면서 인력만 낭비하는 제도"라며 "SPO를 폐지하고 지구대나 파출소 인력을 늘리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경찰은 "SPO 한 명당 학생 100명 정도면 모를까, 10개 학교를 담당하는 지금으로서는 뭘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SPO가 한직으로 인식되다 보니 업무에 대한 열의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교육현장에서도 SPO를 크게 신뢰하지 않고 있다. 서울 소재 모 중학교 교사 김모(28)씨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SPO보다는 112에 신고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선생님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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