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4일 0시부터 총파업을 시작한 KBS의 기자, 아나운서, PD들이 총파업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KBS 연구관리동에서 "고대영 KBS 사장이 퇴진해야만 공정방송 복원이 가능하다"며 전국 KBS 노조 1900여명의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KBS본부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파업은 우리 국민이 만들어낸 촛불혁명의 한 자락을 완성하는 싸움이며 언론적폐를 청산하고 진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는 싸움"이라고 파업 취지를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 투쟁' 의혹에 대해선 "고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이 독선적인 정책과 인사로 조직을 망치고 정권에 부역해 국민을 속였다"며 "우리는 지금 신뢰를 잃은 공영방송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고 사장과 이 이사장의 퇴진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만신창이가 된 KBS를 우리 손으로 다시 일으키자"고 호소했다.
파업에 동참한 이슬기 기자는 "우리는 시간만 채우는 뉴스를 거부하기 위해 파업에 나섰다"며 "사장을 퇴진시켜야만 공영방송에 걸 맞는 뉴스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원정 아나운서는 "얼굴과 이름을 내걸고 방송하기에 대중의 관심에 민감한 아나운서들이 결의에 찬 마음으로 마이크를 내려놨다"며 "2012년처럼 아나운서들이 총알받이가 돼 물러나지 않도록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성주 다큐멘터리 PD는 "정권 홍보 프로그램에 어린 후배들이 기획의도도 모른 채 차출돼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비일비재하다"며 "일부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간부들이 있는 한 자율성이 담보된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힘들다"고 꼬집었다.
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최근 순천방송국장 보직에서 사퇴한 28년 경력의 김종명 기자는 "여러분들 입장에서 보면 오래된 기자일 수 있겠지만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기자는 "국민의 편에 서야 할 KBS가 자본으로 많이 다가가 저널리즘이 함께 무너졌다"며 "권력과 자본의 감시자 역할에 충실하길 바라는 우리 후배들에게 고 사장은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했다.
윤성현 라디오PD는 "회사가 북한 핵실험을 거론하며 단체협약에 의해 전시·재난·천재지변 시 쟁위행위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문자를 보냈다"며 "우리에게는 지난 9년이 제대로 된 방송을 물타기하는 사람들과 싸워 온 전쟁상황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KBS본부는 이날 오전 8시 고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피켓 시위 후 면담을 시도했으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KBS본부는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 계획이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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