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29일(현지시간) 중국 공장 4곳의 가동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현대자동차가 사실은 1주일 전부터 생산라인을 멈춰세우기 시작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금 지급 문제로 부품 공급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이 1주일 전부터 이미 발생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그룹이 가동중단을 막지 못한 것은 상황 자체가 매우 꼬여 있었기 때문이다.
30일 현대차 관계자는 "여러 절차상의 문제를 비롯해 중국의 파이낸싱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대금 지급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 "부품이 정상 공급되지 않을 경우 가동 재개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악화되기 전 현대차가 백방으로 대금 지급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1주일 전부터 생산 중단 시작…대출 규제로 자금 융통 어려워 = 현대차의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50 대 50 합작회사로 현대차가 단독으로 자금을 투입할 수가 없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외국자본을 더욱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대출도 규제하고 있어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납품 중단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부품 공급을 중단한 회사는 프랑스 회사인 플라스틱옴니엄의 중국 합작회사인 베이징잉루이제로 현대차에 플라스틱 연료 탱크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베이징현대로부터 받지못한 대금은 25일 기준으로 1억1100만위안(약 189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총 매출의 68%가 베이징현대에서 발생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여파로 지난 3월부터 중국 판매가 반토막이 나면서 베이징현대는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고 그 결과 부품사들에게 3~4개월 대금 지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현대는 총포괄손익(당기순이익+기타포괄이익) 기준으로 지난해 상반기 약 7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상반기 판매가 40% 넘게 줄면서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동 중단 사태가 하루 이틀 내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손실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현대차의 이번 중국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손실대수를 약 1만대로 보고 평균판매가격(ASP) 1600만원 감안 시 약 60억원 규모의 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가동 중단 사태가 길어질 경우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초반 일주일의 경우 4개 공장이 전면적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하나 둘씩 멈춰 섰기 때문에 손실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29일부터는 4개 공장이 모두 멈춰 선 상태라 이후 손실 규모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장들이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현재까지 구체적인 생산차질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면서 "가동 중단이 길어질 경우 생산차질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판매 목표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낮춰…그마저도 달성 어려울 듯 = 가동 중단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하반기 판매 회복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현대차는 올해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달에는 올해 중국 판매 목표를 당초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낮췄다. 하반기 50만대를 판매해야만 80만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나 공장 가동 중단으로 하반기 50만대 판매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던 충칭공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중국내 5번째 생산거점인 충칭공장은 당초 8월말부터 가동에 들어가 올해 소형 신차 약 3만여대를 생산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부품 수급 차질로 4개 공장이 전면 가동 중단한 상태여서 충칭공장 역시 정상적인 가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지난 3월 시작된 정치이슈에 따른 판매부진이 분명하다"면서 "판매부진 심화 → 영업현금흐름 악영향 → 납품대금 지연과 부품공급 거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먼저 근본원인인 정치이슈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