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대규모 판자촌 정비를 해외 설계사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남 개발로 밀려난 이주민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강남권 최대 판자촌인 성뒤마을이 대상이다. 네덜란드 정부 수석 건축가를 이미 심사위원으로 선정하는 등 국내 업체들이 갖고 있는 정비 규격에서 벗어난 차별화된 설계를 통해 선진국형 도시재생 사례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판자촌인 성뒤마을에 대한 마스터플랜 설계 공모에 나섰다.
성뒤마을은 강남권 최대이자 마지막 판자촌이다. 현재 124가구 235명이 거주하고 있다. 우면산 도시자연공원 자락에 위치한 자연녹지지역이지만 수십 년간 난개발이 진행되면서 주변 경관이 훼손되고 낡은 무허가 건물이 들어섰다. 이에 서울시는 올초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공영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착공에 앞서 시작된 마스터플랜 공모는 자연친화적인 주거환경과 공공성을 띈 문화·교육시설 등의 복합개발을 콘셉트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공모 대상을 국외까지 확대했다. 틀에 박힌 낙후지 정비 계획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설계가 나올 수 있도록 외국 건축사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총괄건축가의 자문을 반영한 조치다.
실제 이달초 진행된 1단계 제안서 심사에는 국내 대표 건축사 사무소가 입찰에 나선 것은 물론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국외 설계사들도 참여했다. 일부 국내 업체는 해외 업체와 손을 잡고 제안서를 제출했다.
2단계 작품 심사에서도 해외 업체들의 참여를 더욱 독려하기로 했다. 여기에 입상팀이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경우나 외국 심사위원이 심사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 용역 범위를 취소하는 조항까지 추가했다.
심사에는 네덜란드 정부 수석 건축가 출신인 프리츠 반 동겐이 참여한다. 건축과 도시 분야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공로로 2006년 BNA CUBE 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강남 힐스테이트(강남 A5블록)를 맡아 2016년에는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1, 2단계 공모가 모두 끝나는 11월 최종 당선작을 선정하고 토지주와 원주민에 대한 보상 진행과정에 맞춰 2019년말 착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동산투기나 무단 형질변경 등 불법행위가 우려되는 만큼 조속한 지구지정을 위한 도시설계 용역도 진행 중이다.
현재 계획된 가이드라인은 남부순환도로변에 문화 예술과 관련한 교육, 창업 ·창작 공유공간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문화·예술 클러스터로 지하철 4호선 사당역 인접부는 청년·초년 기업과 연계해 일자리 공간으로 특화한다. 이와함께 주거공간은 훼손된 자연녹지지역에 개발되며 우면산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잡힌 공동주택은 1200여가구다. 임대주택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대학생이 주가 되는 행복주택으로 계획된다. 규모는 계획 수립과정에서 구체화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0여년간 지지부진 했던 낙후지가 관계 기관들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자연 친화적 명품 주거지로 탄생하게 됐다"며 "차별화된 설계를 통해 새로운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로 남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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