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실형선고 영향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 많아
실적장세 한풀 꺾였다는 부정적 전망도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장기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 향방에 대해 엇갈리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여름 꼭짓점을 찍은 것일까, 아니면 또 한 번의 매수 기회가 온 것일까.
29일 오전 삼성전자는 2% 가까운 하락률을 보이며 230만원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 이후 3거래일째 이어지는 하락세다. 지난 25일 장 마감 직전 이 부회장의 '징역 5년' 선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1.05% 하락 마감했고 다음 거래일인 28일에는 하락률이 1.96%로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단기 충격은 있겠지만 주가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며 "국내에서도 외국인들의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삼성전자 뿐 아니라 LG전자도 1.8% 하락 마감했으며 이날 오전에도 3% 넘게 떨어지고 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현재 코스피 시장이 제약ㆍ바이오ㆍ헬스케어 외에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하락세는 시장 조정에 따른 영향일 뿐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 영향'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정치적 이슈'에 대해 주가는 '중립'을 유지한다"며 "중요한 것은 펀더멘탈이고 현재 반도체업종은 '빅사이클'에 들어섰다"고 짚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삼성전자 주가가 등락을 거듭했지만 일시적이었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1, 2분기 연속 깜짝 실적을 내놓은 데다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주환원정책 등으로 고공질주를 이어가 지난달 최고 256만6000원까지 올랐다. 목표주가는 일찌감치 300만원을 넘어섰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14조원대에서 13조원대 후반으로 소폭 하향조정되고 있지만 하반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다. 목표주가 300만원을 유지하고 있는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한반도의 긴장 국면, 총수의 유고상태 등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의 독보적 경쟁력과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압도적 포지셔닝,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현 주가는 주당가치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 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도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하락 전환은 이 부회장의 선고 영향보다는 삼성전자의 반등이 끝난 조짐으로 볼 수 있다"며 "이달 중순 220만원대까지 급락한 이후 반등 중이지만 반등 에너지가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추가 하락이 있더라도 이 부회장의 부재 때문이 아닌 삼성전자의 실적 장세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삼성전자 실적은 1분기 1조9000억원에서 2분기 14조원으로 점프했다"며 "3분기 실적이 2분기 수준에 머문다면 더 이상 실적이 상승모멘텀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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