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미국 텍사스주가 허리케인 '하비'로 초토화한 가운데 스틴턴 거리에서 커다란 사료 백을 문 채 배회하던 개 한 마리가 화제다.
허핑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스틴턴 주민 티엘 도큰스는 지난 26일 오전(현지시간) 사료 백을 물고 거리에서 배회 중인 개 한 마리가 나타나자 곧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도큰스는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모두들 복구작업에 열중일 때 개 한 마리가 마치 구호물자를 옮기듯 사료 백을 문 채 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도큰스는 개가 이웃에 사는 '오티스'라는 이름의 골든 리트리버 잡종임을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오티스는 독일 셰퍼드 믹스견 같기도 하다. 도큰스와 연락이 닿은 견주는 오티스를 무사히 찾아올 수 있었다고. 물론 사료 백도 함께.
하비가 강타한 25일 밤 오티스를 애지중지하던 5살 꼬마 카터 세고비아는 홍수로 이미 대피한 상태였다. 대신 할아버지가 오티스를 돌보고 있었는데 그날 밤 사라졌다는 것. 할아버지가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오티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는 현관에 있던 오티스의 사료 백도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 할아버지는 동네를 샅샅이 돌아다녔다. 그러나 오티스는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에 따르면 오티스는 천식발작으로 고통 받는 꼬마 주인 카터의 단짝으로 병원도 같이 다닌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햄버거도 사올 줄 아는 똑똑한 녀석이라고.
오티스의 사진은 '#난민(refuge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요즘 화제 몰이 중이다. 한 네티즌은 "누구의 도움 없이도 살아남은 걸 보니 텍사스 개답다"는 글을 남겼다. "지혜로운 개"라는 댓글을 단 누리꾼도 있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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