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이 '주요 혐의 대부분 유죄'로 25일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이 구속기소된 이후 178일 동안 치열하게 진행됐던 53차례 공판에서의 승리는 일단 박영수 특별검사팀에게 돌아갔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사건의 핵심을 '삼성 뇌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 2월28일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이날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은 178일 만에 나오는 결실이다.
이 부회장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특검팀이 공소제기한 5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핵심 혐의로 꼽혔던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등 최씨 일가에 건넨 돈 72억9427만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넨 16억2800만원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최씨가 지배하는 코어스포츠 등에 공여한 부분은 뇌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역시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범죄수익은닉과 국회에서의 위증도 유죄로 판단했지만 유죄가 인정될 경우 내릴 수 있는 형량에서 비교적 낮은 수준인 징역 5년을 이 부회장에게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와 정씨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 '출연 요청을 받았는지 여부', '지원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것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출연한 220억2800만원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증거가 부족하다며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최씨가 사적 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재단을 설립해 운영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7일 이 부회장 사건의 1차 공판이 열린 치열하게 진행된 특검팀과 삼성 측의 공방은 일단 특검팀의 승리로 돌아갔다.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그동안 총 59명의 증인을 법정에서 신문하며 서로 유죄와 무죄를 주장했다.
특검팀은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는 재판에 넘겨진 역대 재벌총수 중 두 번째로 높은 구형량이다. 박 특검은 '삼성 뇌물'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경제범죄라고 단정하며 "국민 힘으로 법치주의를 세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최종변론에서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로 결백을 주장하며 "복잡한 법적 논리를 이해하기 힘들었고 특히 특검의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지만 이게 전부 제 탓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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