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이후 중국인 투자자 순매도 1조 넘어
국내 상장한 기업 중 35% 이상 퇴출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한중 수교 25주년을 앞두고 중국과 관계가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 자본이 빠르게 빠져나간데다 경제보복조치로 실적이 악화된 국내 소비업체 주가는 곤두박칠쳤다. 여기에 국내 상장한 중국기업 가운데 35% 이상이 회계 문제로 상장폐지 당하면서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하락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드 한반도 배치를 공식 선언한 지난해 7월 이후 올 6월까지 중국 국적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1조217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투자자는 17조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6월과 1월을 제외하면 9개월간 순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유출에 대한 감독이 심해진 상황에서 사드 이슈까지 겹치면서 중국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수혜주' 꼽히는 기업들의 주가도 바닥이다. 'K-뷰티' 선두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7월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 선언한 이후로 1여년간 주가가 40% 가까이 하락했다. 이 기간 기관은 1조4483억원(418만주)어치를 순매도했다. LG생활건강은 15%, 에이블씨엔씨는 37%, 잇츠한불은 56% 내렸다. 국내 화장품업체는 한류열풍을 타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으며 2013년부터 분기마다 최대실적을 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44.3% 증가한 39억7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중국으로 수출한 화장품 규모는 전체의 36.5%를 차지했다. 하지만 사드 악재가 터지자 화장품업체들의 실적은 고꾸라졌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연결기준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6.5%, 57.8% 감소했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음식료, 카지노주 역시 사드 직격탄을 받았다. 오리온은 4만원대였던 주가가 2만원대로 떨어졌다. 빙그레 역시 20% 하락했다.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와 GKL 주가도 실적 부진과 함께 각각 12%, 19% 하락했다. 파라다이스는 2분기 적자전환했으며 GLK도 43.8% 감소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이 잇따라 퇴출 당하면서 투자심리도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지난 2007년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뒤로 중국기업은 끊임없이 한국 시장을 노크했다. 현재 주식시장에는 23개 중국기업이 거래되고 있다. 이중 8개 기업이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으로 상장폐지됐다.
코웰이홀딩스유한공사는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 외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퇴출됐다. 중국 고섬의 경우는 회계부정으로 상장폐지됐다. 추가로 중국원장자원과 완리도 상장폐지 경고등이 켜졌다. 2009년 상장한 중국원양자원은 허위사실 공시, 부정거래를 일삼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16회계연도 연결재무제표 재감사에서도 '의견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됐다. 중국원양자원은 22일 개선계획 이행여부에 대한 심의요청서를 냈다. 거래소는 규정에 따라 15일 이내(9월12일까지)에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개선계획 이행여부 등을 심의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완리도 감사의견이 거절돼 개선계획 이행내역서와 이행 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오늘까지 제출해야 한다.
중국기업들이 부정적 이슈로 제재를 받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공개(IPO)도 급감했다. 올해 상장한 중국기업은 컬러레이 단 한곳이다. 컬러레이는 상장한 10일 이후 주가가 20% 넘게 빠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량기업을 상장시키는 등 유치 기업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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