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 후 주가 급락… 아모레퍼시픽·아모레G 시총 2조 증발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는 컸다. 대표적 중국 수혜주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의 실적은 시장 추정치를 밑돌았고, 회복세를 보였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급락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3168억원, 당기순이익은 15.0% 줄어든 22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5.7% 증가한 1조5690억원을 기록했으나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양새다. 면세점 이익률 낙폭이 예상보다 커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사드 여파에 따라 해외사업은 물론 국내사업도 부진했다. 해외 사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9% 늘어난 4646억원을 달성했으나 영업이익은 828억원으로 4.3%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 사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1조1044억원, 영업이익은 12.8% 감소한 234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관광객 유입 급감으로 면세 채널 판매 성장률이 둔화된 것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며 "브랜드 별로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아이오페와 헤라의 매출액이 역신장 했고 수익성이 높은 면세 채널이 크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아모레G도 추정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아모레G의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줄어든 3785억원, 매출액은 5.5% 늘어난 1조8554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 실적 부진의 영향이 가장 컸고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마저 성장률과 수익성이 부진했다. 비화장품 부문의 적자전환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부진한 실적에 주가는 급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1일 31만원선을 넘어섰던 주가는 24일과 25일 각각 3.31%, 4.40% 하락하면서 29만원선 초반까지 밀렸다. 기관은 이틀 연속 7만2000주 이상을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25일 6거래일 만에 4만5000주 순매도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아모레G 역시 이틀 연속 하락으로 주당 14만원선을 회복했던 주가가 7%가까이 하락했다. 외국인은 20일부터 전 거래일까지 순매수세를 이어갔으나 기관은 21일부터 사흘 동안 18만주 이상 내다팔았다. 실적발표 후 증발한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의 시가총액만 2조1800억원에 달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지속되고 있는 탓에 앞으로 전망도 부정적이다. NH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당분간 면세 채널 실적을 끌어올릴 동력이 부재하다며 올해 실적 추정치를 하향조정, 투자의견도 보유를 유지했다. KB증권은 2분기 실적이 더 문제라며 면세점 사업이 3분기 이후 회복세로 접어들더라도 극심한 내수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분기부터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면세점 매출이 지난해 대비 40% 감소하겠다며 2분기 실적 확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증권사가 목표주가와 투자의견 하향조정에 나섰다. 미래에셋대우는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45만원에서 37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HMC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내리고 목표주가 역시 36만원에서 33만원으로 수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목표주가를 37만원에서 31만원,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단기매수로 내렸다. 아모레G에 대해서도 미래에셋대우, HMC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 KB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목표주가 또는 투자의견을 낮췄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회사의 내재적 펀더맨탈 변화는 아니지만 사드 보복이라는 외부 변수에 의해 2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 실적 개선이 선행돼야 아모레G의 주가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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