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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동반성장!]③적합업종과 일감몰아주기…"토끼 사라지면 호랑이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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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동반성장!]③적합업종과 일감몰아주기…"토끼 사라지면 호랑이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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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적합업종 47개 풀리는데 보호法 국회계류
올 통과돼도 내년 하반기 적용…대기업들 1년간 시장잠식 우려
일감 몰아주기 편법 여전히 횡행 '사각지대 최소화' 관건

[다시,동반성장!]③적합업종과 일감몰아주기…"토끼 사라지면 호랑이도 죽는다"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기업의 사업 확장에 따른 골목상권 붕괴를 막자는 취지로 2011년 79개 업종에 대해 지정이 이루어졌다.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유지하자는, 즉 토끼의 생존터전만큼은 지켜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중 47개 업종의 지정이 만료된다. 토끼들의 세상에 호랑이가 활보하게 된 것이다.


◆만료업종 대책 마련하고 경쟁력 강화 필요= 다음 달 30일로 골판지상자를 비롯해 간장ㆍ고추장ㆍ된장ㆍ청국장ㆍ순대ㆍ전통떡 등의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다. 연말까지 김치ㆍ두부ㆍ어묵 업종의 보호막도 사라져 대기업과의 직접 경쟁에 노출된다. 중소기업계는 대기업들이 적합업종 만료 디데이(D-DAY)를 세고 있을 정도라며 극심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사실 적합업종은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 제도다. 그럼에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소상공인ㆍ중소기업의 몰락이 결국 대기업을 포함한 우리 경제 주체 모두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논란 끝에 2011년 어렵게 출발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됐다.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권고'하는 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이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적합업종 제도에 '강제성'을 넣는 작업에 착수했다. 앞으로는 적합업종 중에서도 '민생에 영향이 큰' 업종을 따로 골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이를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자료제출ㆍ출석요구권 등 동반위의 권한도 많아진다.


문제는 이런 후속조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초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8개월째 국회 계류 중이다. 9월부터 속도를 내 올해 안에 통과된다 해도 실제 적용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즉 47개 업종의 지정이 만료되고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시행되기 전 약 1년의 '공백기' 동안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해버린다면 지금으로선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 동반위는 적합업종 만료 유예기간을 설정해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동반위 결정은 대기업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동반위는 오는 30일 회의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도출한다.


제도적 장치와는 별개로 무엇보다 대기업들의 상생의지가 중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김진무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적합업종 선정 이후에도 대기업은 소규모 사업장을 인수해 우회 진출을 하는 등 편법을 써왔다"며 "사후 관리로 이행 점검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는 한편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단계별로 병행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법의 사각지대 최소화가 관건"= 일감 몰아주기 역시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란 측면에서 적합업종 문제와 궤를 같이 한다. 중소기업끼리 경쟁하는 시장에서 단지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유로 유리한 출발선에 서는 '불공정한 경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벌닷컴 조사에 따르면 20대 재벌 계열사 세 곳 중 한 곳은 일감 절반 이상을 내부거래에 의존하는 '캥거루 기업'일 정도다.


일감 몰아주기를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선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동시에 대기업들이 편법으로 빠져나갈 예외규정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 일가가 특정 계열사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공정위는 이 회사를 조사할 수 있다. 대기업과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내부거래 등을 통해 부당한 이익이 생기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내부거래액이 연간 200억원 이상 또는 연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면 총수 일가까지 사법처리 할 수 있다.


2015년 이 같은 기준이 마련되자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들이 계열사 지분율을 29.9%에 맞춰 법망을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한진 계열사 정석기업 등이 이런 사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교묘하게도 29.999976%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는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노션과 정석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율 역시 29.9%다. 롯데그룹 신격호 명예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24.7%인 롯데정보통신도 매출 대부분(93%)을 계열사간 거래에서 올렸다.


상황이 이렇자 총수 일가 지분율 30%를 20%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관계부처 정부합동으로 발표한 '소상공인ㆍ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에 이 같은 안이 포함됐다. 현실화 되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효과가 떨어져 불공정거래 관행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은 저서 '대한민국을 살리는 중소기업의 힘'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에 간접지분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외규정 역시 꼼꼼히 들여다보고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표적인 예가 독립 경영요건 등이 충족된 친족기업이다. 친족분리를 통해 계열사에서 벗어나면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마음껏 일감을 몰아줄 수 있는 것이다.


이정희 중소기업학회장은 "친인척이나 이해관계에 있는 업체에 이익을 주고 이를 증여수단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일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크게 지탄 받을 행위"라며 "일감 몰아주기로 얻는 이익에 비해 불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대기업이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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