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인근 해역에서 충돌한 존 S.매케인함 폐쇄 격실 내에서 시신 발견
美 해군, 사이버 공격 포함한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사고 원인 조사
日, 북한 위협 커지는 상황에 미군 작전활동 중단되자 경계감시 약화 우려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싱가포르 인근 해역에서 유조선과 충돌한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존 S.매케인함의 폐쇄 격실 내에서 일부 실종자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미 해군은 잇딴 이지스함 충돌 사고가 '사이버 공격'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2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 해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잠수부들이 선체의 폐쇄된 격실을 수색하다 (실종된 수병들의) 시신 일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스위프트 사령관은 구체적인 시신 수와 수습 가능 여부를 현 단계에서 밝히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말레이시아 해군으로부터 사고 해역 인근에서 1구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현재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프트 사령관은 "실종자를 찾아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까지 수색과 구조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돌 사고로 실종된 수병은 10명이며 미 해군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과 합동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스위프트 사령관은 "초기 조사 단계에서는 사이버 공격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사고 원인에 대해)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도 "해군은 (이번 사고에 대해) 사이버 공격이나 교란 행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의도적인 충돌이라고 볼 만한 그 어떤 징후도 없다"고 말했다.
미 해군 제7함대 소속의 매케인함은 21일 오전 5시24분께 싱가포르 동부 믈라카해협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과 충돌했다. 사고로 매케인함 좌현 선미 쪽에 큰 구멍이 생겼고 이로 인해 침수가 진행되자 수병들의 숙소와 기계실 등 일부 격실을 폐쇄 조치했다.
미 해군은 지난 6월 일본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이지스 구축함인 피츠제럴드함 충돌 사고로 승조원 7명이 목숨을 잃은 지 석달도 채 안 돼 매케인함까지 사고가 나자 전 세계 해상에서 작전 중인 모든 함정에 일시 작전활동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며 경계 감시활동 축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무라카와 유타카(村川豊) 일본 해상 자위대 막료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지극히 어려운 시기여서 (미 함정 작전 중단의)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무라카와 막료장은 "(미일 합동 경계감시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 방위성 고위 관계자가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한 점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 내에서 일시적인 미군의 전력 태세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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