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한미군 사령관들 "무력 대응은 주권"…"미 방어에 누구의 승인도 받을 필요 없어"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전 주한미군 사령관 등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미국은 자국 영토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한국의 승인 없이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대치되는 것이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미 영토 타격 운운하는 북한에 군사적으로 대응할 경우 주한미군 운용은 한미 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한국이 이에 동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벨 전 사령관은 그러면서도 "한국이 거부한다면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한국 밖 미군 자산으로 북한을 타격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한국의 승인이나 협력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미군 자산이 미국 본토, 하와이, 알래스카, 괌이나 북한 인근 공해상에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일본ㆍ호주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한국의 승인 없이 미군의 군사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며 "미국은 북한 등 어떤 세력의 공격으로부터도 자국을 방어할 권한ㆍ역량ㆍ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벨 전 사령관은 북한이 미 본토에 대한 핵타격 역량을 보유하는 상황과 관련해 "이를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틀 밖에서 다뤄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주권국가라면 자국 방어의 권리를 갖고 있다"며 "서울이 누군가로부터 공격 받을 경우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대응할 수 있듯 미국도 자국 방어에 어느 누구의 승인을 얻을 필요가 없다"고 못 박았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으로 조지타운대학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인 데이비드 맥스웰은 "한미상호방위조약 2조에 '무력공격을 받으면 협의와 합의 아래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그리고 3조에 '무력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헌법 절차대로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도 "결국 모든 나라는 자국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권리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자국 영토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과 협의 없이, 혹은 한국의 반대에도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맥스웰 부소장은 "자국 방어 조치를 취할 때 동맹으로부터 승인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미 헌법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 민간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수석 연구원은 북한이 도발하거나 북한의 핵공격 징후가 감지될 경우 "즉각적 대응이야말로 능동적 억지력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라며 "북한이 미사일로 괌을 실제 타격하면 미 정부는 북한이 그런 행동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혹은 북한의 역량을 제거하기 위해 긴급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미 텍사스주 샌앤젤로 소재 앤젤로주립대학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타격해야 할 때 한국 정부로부터 먼저 승인 받지 않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론 수석 연구원도 "미국과 한국이 강력한 상호 안보공약을 확언한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독자적 대북 행동으로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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