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BOK경제연구 '고령화가 금융산업이 미치는 영향'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향후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 편중현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장기간 자금을 축적할 수 있는 장기금융자산과 주식, 펀드 등 간접투자가 증가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BOK경제연구 '인구 고령화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74세 이하 가구의 총자산 중 실물자산 비중은 83.8%에 이른다. 이는 미국 51.0%, 일본 71.7%, 유로지역(15개국) 80.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이다.
연령대로만 봐도 35세 미만일 때는 60%에 못 미쳤던 실물자산 비중이 5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75%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경수 한은 금융안정연구팀 차장은 "현재의 실물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실물자산이 금융자산보다 더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 가계의 실물자산 편중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했다.
보고서는 2020년대 후반까지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후대비 자산 축적이 50대 후반까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55~59세 가구 주 수가 2028년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그 이후에는 금융산업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를 봤을 때 경제발전에 따른 금융심화(financial
deepening) 현상으로 금융산업 위축이 나타나는 시점은 지연될 걸로 예상된다. 단 7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늘어나면 저축률을 큰 폭으로 하락시킬 수 있어 성장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 고령화 진전시 가계는 주로 보험·연금을 통해 금융자산을 축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연금·보험산업의 자산과 부채간 만기불일치 완화를 위한 장기금융자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중 보험·연금의 비중
은 2008년 24.3%에서 작년 31.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예대마진 축소 와 보험·연금·자산운영업 등의 운용수익률 하락으로 인해서다. 하지만 저금리 하에서 국내 고령층의 주식투자나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는 늘어날 수 있다.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 유로지역 등은 고령층의 금융자산 투자가 이미 활성화 돼 있다.
보고서는 실물자산 유동화를 통해 주택가격 변동과 유동성 리스크를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택 유동화가 가능한 민간 역모기지 상품은 주택가격 변
동과 기대수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활성화가 미흡한 상황이다. 주택시장지수 관련 파생상품, 민간 역모기지 상품 개발, 토지연금제도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 연금·장기보험상품 가입 확대에 대비해 정부가 초장기 국채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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