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성분 검출 농장 6곳 중 5곳 친환경 농장
소비자 "2배 비싼 정부 인증 친환경 계란 마저…"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50대 주부 전진아 씨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자 덜컥 겁이나 집에 있는 계란을 살펴보니, 늘 먹던 친환경 계란 겉면에는 경기 지역을 나타내는 '08'이라는 숫자가 적혔다. 그는 동네 마트에 전화해 '어느 농장 계란인지', '이번 살충제 파동과 관련이 없는지' 등을 물었지만, 판매원은 "가져오면 환불해 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전씨는 "믿고 구매한 친환경 인증 마크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 몰랐다"며 "식사 때마다 하루 평균 1~2알을 가족들에게 제공해왔는데 어쩌면 좋나"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친환경 계란은 10알에 8500원으로 다른 일반 계란보다 1.5배 가량 비싸다"며 "비싼 돈 주고 계란을 사먹었는데, 사기 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살충제 성분이 기준을 초과한 계란 농장 7곳 중 6곳이 친환경 농장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유명무실한 정부 인증 친환경 마크를 두고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조소를 보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용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거나, 기준을 초과한 계란이 발견된 농장 7곳 중 6곳은 친환경 농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농장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거나, 화학 비료 없이 키운 농작물로 만든 사료를 먹이는 농장을 가리킨다. 친환경 인증 마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친환경 인증 제도에 따라 친환경으로 인정한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에 부여하는 인증 표시다.
친환경 농장에 대해 농식품부는 정기적으로 조사를 시행해 관련 기준을 충족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농림부의 부실한 관리 실태는 수면위로 떠올랐다.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과 발암 물질 비펜트린이 발견된 친환경 농장 수는 각각 2, 4곳이다.
유명무실한 정부 인증 마크에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무엇보다 친환경 인증 마크가 붙으면 가격이 최대 2배 가량 비싸지기 때문에 배신감은 더 크다. 주부 안지현 씨는 "믿고 구매할 제품이 없다"며 "닭을 직접 키워야 할 판"이라고 분개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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