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율 낮추지만 저소득층 부담 증가 비판도 있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비만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그 원인으로 '당(糖) 과다 섭취'가 지목됐다. 이와 관련 어린이·청소년의 비만 예방을 위해 탄산음료 등에 부과하는 '설탕세'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 시선을 끈다.
13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12~18세)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80g으로 전 연령 평균(65.3g)보다 약 1.2배 높았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의 당 섭취량 기준(50g)과 비교해서도 약 1.6배 높았다.
특히 청소년들은 가공식품을 통해 당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음료수를 통한 당 섭취가 빈번했다. 청소년의 가공식품으로 인한 당 섭취량 57.5g 중 음료수는 14.3g을 기록했고, 그 중 탄산음료가 9.8g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당 과잉 섭취가 비만 및 만성 질환 유발을 높일 수 있다며 음료를 통한 당 섭취 제한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청소년 비만율은 2011년 12.2%에서 지난해 17.3%로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4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가 하루 권장량의 10%가 넘을 경우 비만에 걸릴 위험은 39%, 당뇨와 고혈압 유병률은 각각 41%와 6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비만 주범 '탄산음료', 해외 '설탕세' 도입국 늘어나 = 이런 가운데 탄산음료에 '설탕세(Sugar tax)'를 부과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설탕세란 어린이·청소년의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설탕이 함유된 탄산음료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세금을 부과해 음료회사가 설탕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거나 제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의 설탕 섭취량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설탕세를 도입한 핀란드의 경우 리터당 0.045유로(약 60원)에서 0.075유로(약 100원)까지 세금을 부과한다. 프랑스는 2012년부터 설탕세를 시행 중이며, 전 세계에서 탄산음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의 경우 2013년 10월 이후 설탕 및 첨가당이 포함된 음료에 리터당 1페소(약 64원)를 부과한다.
미국의 경우 '탄산세(Soda tax)'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는 2015년 탄산세를 도입해 설탕 1온스(약 28.35g)마다 1센트씩 부과하고 있다. 또 올 1월에는 미국 대도시 중 최초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가 탄산세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영국은 지난해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설탕세 도입을 밝힌 바 있다. 2018년 4월부터 시행되는데 100리터당 설탕 5g이 함유된 음료에 대해 리터당 18펜스를 부과하고, 8g 이상에는 24펜스를 가중하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에스토니아 등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도 설탕세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설탕세 도입을 밝힌 태국은 올 9월부터 설탕 6% 미만 함유 음료의 세금을 면제하고, 그 이상부터는 설탕 함유량에 따라 세율을 차등 규제할 방침이다.
◆탄산음료 규제, 반대 의견도 거세 = 설탕을 함유한 음식은 많은데 왜 유독 탄산음료만 표적이 됐을까. 이와 관련 영국 BBC는 네 가지 이유를 들고 있는데 '초콜릿이나 케이크와 달리 탄산음료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마시는 음료다', '몇몇 음료는 지나치게 많은 설탕을 함유하고 있어 한 캔만 마셔도 WHO의 하루 권장 설탕 섭취량 25g을 넘어선다', '탄산음료에는 다른 영양소가 없어 설탕과 함께 먹을 만큼 유용하지 않다', '어린이들이 일상적으로 찾은 음식이기 때문에 아동비만과 직결된다'는 게 그것이다.
이 중 설탕세 도입의 최대 명분은 아동비만과의 연관성이다. 오스본 장관은 "5세 아이가 매년 자신의 체중에 해당하는 설탕을 섭취한다. 30년 안에 남아의 50%, 여아의 70%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탄산세를 도입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경우도 전체 아동의 41%가 비만을 겪고 있다.
지난해 설탕세 도입을 공식 권고한 세계보건기구(WHO)가 펴낸 '음식 섭취와 비전염성 질병 예방을 위한 세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당류가 포함된 음료에 20%의 설탕세를 부과하면 비만율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질병 관리에 드는 비용 역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설탕세가 비만율 감소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며, 오히려 탄산음료의 주소비층인 저소득층의 세금이 늘어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실제로 지난해 캐나다에서는 저소득층 세금 증가를 이유로 설탕세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5년 11월 서울시가 '공공기관 자동판매기 탄산음료 퇴출' 사업을 실시해 시민들의 탄산음료 섭취를 제한하려고 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해 10개월 만에 중단된 바 있다.
아시아경제 티잼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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