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국토부 실거래 공개시스템 분석
서울 85㎡이하 아파트 거래량
정부 발표 후, 전 주보다 90% 감소
실수요자 매수심리까지 위축
매매가격도 1년5개월새 하락세로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8·2 부동산 대책' 영향에 우려했던 '거래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특히 중소형 아파트의 거래량 감소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8·2 대책 발표 직후인 이달 2일부터 8일까지의 전용면적 85㎡ 이하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6건으로 840건이 거래됐던 전주(7월26일~8월1일)보다 89.8%(754건)이 줄었다.
같은 기간 전용 85㎡ 초과~ 135㎡ 이하가 253건에서 29건으로 88.5%(224건), 전용 135㎡ 초과가 52건에서 9건으로 82.7%(43건)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형 아파트의 거래량 감소세가 상대적으로 더 컸던 셈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투자수요와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했던 규모"라며 "8·2대책에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중소형 거래량이 특히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서울 아파트 매맷값도 1년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매매가격지수 통계를 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 대비 0.03% 내렸다. 주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2월29일(-0.01%) 이후 처음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8·2대책에 예상보다 고강도의 규제가 포함되면서 전체적으로 관망세가 짙어졌다"며 "특히 서울은 그동안 투자수요 유입으로 상승폭이 컸던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은 증가하고 매수문의는 실종되며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매맷값은 전용 135㎡ 초과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용 60㎡ 이하와 60㎡ 초과~85㎡ 이하는 모두 0.02%씩, 전용 85㎡ 초과 ~102㎡ 이하는 0.15%, 전용 102㎡ 초과~ 135㎡ 이하는 0.07% 내렸다. 반면 135㎡ 초과는 0.01% 올랐다.
관망세 확산에 거래가 위축되면서 가격도 급락했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중 지난주 하락폭이 가장 컸던 강동구(-0.20%)에선 급매 수준의 매매거래도 체결됐다. 지난달 20일 재건축 이주가 시작된 강동구 둔촌주공3단지 전용 99.61㎡은 매맷값이 8·2대책 전보다 1억2500만원 떨어졌다. 7월 말 11억9500만원에 거래됐지만 대책 이후엔 10억7000만원에 팔렸다. 모두 1층이었다. 또 둔촌주공4단지 전용 99.61㎡도 지난달 말에는 11억7000만원(6층)에 매매됐지만 이달 초에는 10억8000만원(7층)에 거래됐다. 8·2대책 발표 여파에 일주일 새 매맷값이 9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8·2대책이 가격 급락과 거래량 급감으로 이어지자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 본부장은 "8·2대책의 정책방향은 투기수요를 걷어내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지만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4월까지 유예기간을 줬지만 가격 상승 기대감이 낮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굳이 매수에 나설 실수요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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