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과 인도가 접경 지대에서 벌이고 있는 국경 갈등이 국지전으로 번질 위기에 놓였다. 중국이 먼저 꺼내든 전쟁 불사론에 맞서 인도는 미국과 함께 연합 군사 훈련 카드로 맞불을 놨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동방일보가 인도 매체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도는 중국과 두 달 가까이 이어진 히말라야 인근 도카라 지역의 국경 분쟁에 대응해 내달 14일부터 27일까지 미국과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인도는 산악전에 뛰어난 200명 이상의 인도ㆍ부르카 연합 보병 부대를 미국 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에 파견할 방침이다. 훈련의 목적은 특수 작전 지역에서 야전 기습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중국과의 국지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인도군은 10일가량의 단기전에 대비할 태세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국방부도 군사력 증강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에 추가로 요청한 상태다.
미국 국방부는 의회에 이번 합동 훈련을 보고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인도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인도가 이 지역에서 중요한 안보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국경 지대에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무력 과시에 나선 한편 주변국과의 외교전에도 뛰어든 모습이다. SCMP는 왕양(汪洋) 중국 부총리가 오는 14일부터 네팔 수도 카트만두를 방문하는 사실을 전하면서 중국과 인도 두 거대국 사이에서 네팔의 딜레마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네팔은 지난 4월 테러 대비를 명분으로 중국과 처음으로 합동 훈련을 실시해 인도에 당혹감을 안긴 바 있다. 왕 부총리가 접견할 예정인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 네팔회의당(NC) 총재는 불과 일주일 뒤 인도 뉴델리를 찾을 예정이다. 데우바 총재가 귀국한 후에는 크리슈나 바하두르 마하라 네팔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으로, 중국과 인도 모두의 심기를 살피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장징쿠이(姜景奎) 베이징대 남아시아연구센터 주임은 "네팔이나 부탄 같은 남아시아 국가는 중국과 인도의 갈등 관계에서 입장을 정리하기 어렵다"면서 "자칫 자국 안보에도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분쟁은 지난 6월16일 중국·인도·부탄 3개국 국경선이 만나는 도카라 지역에 중국군이 도로를 건설하면서 시작됐다. 중국군의 조치에 부탄이 강력히 반발하자 부탄과 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파견된 인도군과 중국군이 대치 중이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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