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인터넷전문은행들도 접속지연·자본한계 등 비대면 은행 서비스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대출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비대면 금융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사회 전반적인 금융 IT 인프라는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금융 환경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출범 보름째를 맞는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대출 상담 등 마이너스·신용대출 등 서비스 접속 및 상담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새벽 6시에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을 해도 '현재 대출 신청자가 너무 많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뜨며 정상적인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한도 1억5000만원, 최저금리 2.86% 수준으로 업계 최고임을 자부하던 마이너스 통장 대출 상품의 한도를 별도의 공지 없이 축소했다.
또한 영업개시 후 보름이 넘도록 원활하지 못한 대출 신청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해 고객들이 불편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체크카드 역시 4주가량 배송이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느껴 적금을 해지하는 등 벌써부터 이탈 수요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카카오뱅크의 서비스 불편은 가입 및 대출 조회 등 한꺼번에 트래픽이 몰리면서 신용평가사 등 외부 유관기관의 처리 용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영업을 시작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액이 급증하는 가운데 안정성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증자를 은행 내부에서 검토 중이며 주주에게도 증자의 필요성에 관해서 설명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증자 규모가 수천억 원 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3000억원이다.
지난달 27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8일 오후 2시 기준 수신액이 9960억원, 여신액은 7700억원(대출 실행 기준)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개설 후 아직 한도까지 사용하지 않은 마이너스 통장을 고려하면 대출 승인 금액이 수신액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안정성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출범한 케이뱅크 역시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안정성 확보를 위해 연내 주주사 동일비율로 증자를 추진 중이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일부터 주력 대출 상품인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의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3분기 내 선보일 예정이던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출시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전산시스템을 짜고 있는 케이뱅크는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주담대 기준 등에서 내부적으로 혼란을 빚고 있다. 비대면으로만 진행되는 영업 특성상 오는 8월말께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에 담겨질 신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등 변화된 내용을 시스템적으로만 담아내야 하는 만큼 시중은행들보다 소비자 접점의 부분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선례나 카카오톡 이용자 숫자만 봐도 이런 사태를 미리 예상했어야 하는데 카카오뱅크도 당국도 너무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소비자 신뢰가 생명인 은행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융 IT인프라의 개선과 자본이슈 등을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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