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올해 들어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침체 분위기가 뚜렷하다. 중국 정부가 해외 자본 유출에 고삐를 죄면서 최근 몇 년 간 주요 정책 기조였던 '저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가 퇴보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대외직접투자(ODI) 규모는 3311억위안(약 5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9%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국으로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0.1% 감소한 4415억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대외 투자가 대내 투자를 웃도는 '자본 순수출국' 지위에 올랐던 중국이 1년여 만에 다시 '자본 순수입국'으로 회귀한 셈이다. 첸커밍(錢克明) 상무부 부부장은 "지난해 기승 부렸던 비이성적인 대외 투자를 억제한 효과가 컸다"고 자평했다. 중국 내 기업의 해외 송금이나 환전 규제를 강화하고 자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말한다.
실제 올 들어 글로벌 M&A시장에서 '차이나 머니' 공습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최근 중국 부동산 기업 중훙그룹이 미국 브룩데일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것도 당국이 금융 리스크를 이유로 자금 조달을 막았기 때문이다. M&A계 '큰 손'인 다롄완다그룹과 푸싱그룹, 안방보험그룹, 하이항(HNA)그룹 등도 모두 당국의 규제에 발이 묶인 상태다. 이달 1일부터는 정부가 국유기업이 해외에서 인수한 기업의 경영 여건을 들여다보고 문제 발생 시 담당자를 문책하는 제도까지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당장 눈앞의 시장 안정을 우선시하는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는 자국 기업의 경영 고도화에 역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영국·독일 등 기술 선진국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가 함께 감소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국제사회에 '열린 중국'을 호소하고 있지만 대내외 자본 이동이 꽉 막힌 현재 상황에서는 그들의 구호와 정반대로 '닫힌 나라'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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