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부족에 시민 발길 드물고 그나마 노인시설 북적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정준영 기자]펄펄 끓는 가마솥더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잠시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본지가 서울시내에 위치한 무더위쉼터 5곳을 무작위로 골라 찾아가본 결과, 모든 무더위 쉼터가 냉방시설 등을 잘 갖춰 놓고 있었지만, 시민들 발길이 매우 드물었다. 이러한 무더위쉼터는 전국적으로 4만2000여개에 달하고, 폭염대비 기간인 지난 5월20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운영된다.
이날 오전 9시께 노량진의 한 은행 내 마련된 무더위쉼터에서 1시간가량 머물렀으나 찾아오는 시민이 아무도 없었다. 이 은행의 무더위쉼터 담당자는 "무더위쉼터 이용하러 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 70대 은행 고객에게 무더위쉼터에 대해 물으니 "들어본 적 없다"고 짧게 답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탁자 1개와 의자 4개, 바로 옆에 정수기까지 갖춰 놓았으나 시민들의 외면으로 자리만 차지하는 꼴이었다.
다른 무더위쉼터도 마찬가지였다. 마포구 2곳의 무더위쉼터는 찾는 이 하나 없이 표지판과 입간판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종로구의 한 무더위쉼터도 문은 활짝 열려 있었으나 누군가 왔다간 흔적 없이 휑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무더위쉼터 안내장을 만들어 배포하고, 표지판과 입간판 등을 비치해 알리고 있지만 여전히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동작구에 사는 조나경(25ㆍ여)씨는 "주민센터에 무더위쉼터가 마련돼 있다는 걸 처음 들었다"며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노인시설은 그마나 북적였다. 이날 오후 찾은 종로구의 한 경로당에선 나이 지긋한 10여명의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 무더위쉼터 관리자는 "70대 이상 할머니들이 주로 찾는다"고 했다.
일부러 경로당을 멀리하는 시민도 만났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이홍세(77) 할아버지는 "경로당은 불편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더위쉼터 구성 현황을 보면 4곳 중 3곳이 경로당, 노인정 등 노인시설(75%)이다. 또 마을회관이 14%다. 나머지는 주민센터, 복지회관, 금융회사, 종교시설 등 순이다.
정작 무더위쉼터가 절실한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더위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역 근처에서 한 노숙인이 막걸리로 배를 채우다 더위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가 출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29일부터 지난 5일 사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091명으로 이중 6명이 사망했다. 이는 온열질환자가 556명에 불과했던 2014년 대비 약 2배 급증한 수준이다. 온열질환자가 8월에 집중 발생한다는 걸 고려하면 올해 온열질환자 수가 지난해 2125명을 뛰어 넘을 전망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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