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가 이란에 거액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중동 시장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르노와 이란 정부는 7일(현지시간)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의 합작회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르노는 앞으로 국영기업인 이란산업발전 및 이란개발공사(IDRO)와 손잡고 자동차 생산을 본격화 할 계획이며 총 7억8000만달러(약 88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르노의 이번 투자는 이란에 진출한 자동차 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합작회사의 지분은 르노가 60%, 나머지 이란 기업이 각각 20%씩 갖는다.
르노는 합작회사를 통해 2024년까지 연간 30만대 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르노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스터와 소형 세단인 심볼을 내년부터 연간 15만대 규모로 생산한다. 이후 2019년부터 3년동안 생산라인을 확장해 연간 15만대를 추가로 만들어 낼 계획이다.
르노는 이란 내에서 자사 제품 생산과 유통ㆍ판매, 애프터 서비스까지를 모두 총괄하게 된다. 르노는 2004년 IDRO와 자동차 조립회사인 르노파르스를 공동 설립해 일부 자동차 모델을 생산해 왔으며 이번 투자를 통해 더욱 본격적으로 이란과 중동 시장 진출을 꾀할 방침이다.
티에리 볼로르 르노 최고경쟁력책임자(CCO)는 "이란에 (자동차 관련) 기술 이전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이란 시장 진출은 지난해 1월 대(對)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앵그룹(PSA)도 지난해 이란 자동차 회사인 이란코드로와 각각 자본금 1500만달러(약 170억원)를 투자해 합작회사 IKAP를 세웠다. IKAP는 내년까지 2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도 지난달 총 사업비 48억달러(약 5조4000억원)이 투입될 이란 남부 걸프 해역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제11공구개발 사업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도 합작 형태로 진행되며 토탈(50.1%), 중국 CNCP(30%),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의 자회사 페트로파르스(19.9%)가 설립한 회사에서 추진한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무기로 자국을 세계적인 기업들의 중동 진출 교두보로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경제 개방에 나선 이란 정부는 자동차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섰다. 특히 개방과 경제 성장을 외치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같은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물론 일본과 중국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이란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란 정부는 현재 연간 135만대 수준인 자동차 생산량이 2025년에는 연 30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 등은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북한, 러시아를 추가 제재하는 법안에 서명한 지 불과 수일만에 이같은 계약이 체결된 점을 언급하며 이란에서의 안정적인 사업 추진에 대한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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