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처럼 도심 제한속도 50km 이하로 대폭 낮추자" 의견도
여름휴가철 도심에 차량이 줄어든 틈을 타 서울 곳곳에서 보행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무법질주'가 벌어지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한속도를 무시하는 과속차량들은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지만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제한속도 조정과 단속 카메라 설치 등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도심 과속'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편집자주>
<하·끝>전문가 제언: 어떻게 해야 속도 줄이나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김민영 기자]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도심 과속’이 여전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속보다는 운전자들이 스스로 속도를 줄이도록 횡단보도 등의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은 “운전자의 긴장도를 높여 속도를 낮추고 운전에 집중하도록 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먼저 ‘고원식 횡단보도’ 적극 도입을 제안했다. 고원식 횡단보도는 ‘넓은 방지턱’ 역할을 하도록 횡단보도 길을 볼록하게 튀어나오도록 한 것인데, 이 구간을 마주한 운전자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낮추게 된다.
노면에 표시돼 있는 보호구역, 제한속도 알림표지 등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해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주요 길목마다 보행자가 걸어가는 모습을 3차원 홀로그램으로 표현한다든지 어린이 보호구역 바닥을 노란색, 빨간색 등으로 칠하는 식이다.
이 밖에도 쭉 뻗은 도로만 만들 게 아니라 일부러 커브 길을 조성해 속도를 줄이도록 한다거나, 도로 폭을 좁혀 운전 집중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를 구조물에 의한 교통 통제라는 의미의 ‘트래픽 카밍(Traffic Calming)’이라고 부른다. 이 센터장은 “앞으로는 도시건설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트래픽 카밍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심부 구간 제한속도를 대폭 낮추자는 제언도 나왔다. 유수재 교통안전공단 연구위원은 “도심부 구간은 시속 50km 이하로 유지해 ‘시내에서는 천천히 운행해야 한다’는 인식을 운전자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제한속도를 대폭 낮춰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은 주(州)별로 40~64km/h의 제한속도를 두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등은 제한속도가 50km/h이하다. 이들 나라는 도심부 제한속도를 낮춘 결과 교통사고가 20%에서 많게는 40% 이상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아일랜드는 승용차 차선은 시속 80km, 화물차 차선은 시속 50km 등으로 차선마다 제한속도를 다르게 운영해 효과를 보고 있다.
낮아진 제한속도는 신호등 체계를 손보는 방식으로 메울 수 있다. 다만 느려진 속도에 운전자들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만큼 홍보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해외에서도 제한속도를 낮추는 정책에 대한 국민저항이 뒤따랐다. 스위스의 경우 제한속도를 낮추기 위해 국민투표까지 했다.
유 연구위원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신호등 체계를 손본다면 운전자의 체감 속도를 기존과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다”며 “교통량이 몰리는 곳의 신호 주기를 길게 하거나 한쪽 도로에 몰려 있는 차량을 한산한 도로로 분산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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