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정유라 지원 등을 단독 결정한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50차 공판 피고인 신문에서 "정유라씨 지원등은 미전실 최고 책임자인 자신이 단독 결정했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사태가 이렇게 된 데 대해 자신이) 오만했다고 생각한다"며 "혼자 생각하고 판단한 것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서울병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책임 수위 완화, 금융지주사 전환 등을 청탁하기 위해 최순실씨 모녀 승마 지원 등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부회장에게 보고할 수준의 금액·사안 아니었다…삼성 그룹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이 부회장이 아닌 미전실 실장=최 전 부회장은 "K·미르재단 출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정씨 승마지원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미전실이 관할하는 영역이었고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글로벌 업무(인수합병 등)만 담당해 보고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오너일가였지만 의견 제시를 삼가하는 편이었다"고 덧붙였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최고 의사결정자인가"라는 질문에 "밖에서는 자꾸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삼성그룹의 운영체계나 풍토·방향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제가 재직하던 기간 동안까지는 그룹 최종 의사결정 권한은 제 책임하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글로벌 업무를 담당해온 이 부회장에게는 "후계자 수업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 투자 의사 결정, 인수·합병 등 중요한 사업 결정, 계열사 리스크와 관련된 내용을 알려줬다"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사태, 하만 인수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최 전 부회장은 "영재센터에 후원한 일과 금액이 흔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삼성 계열사 중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동계올림픽 후원금이 총 1000억원인데 비해 (이 부회장에게 알려줄 만큼) 큰 금액이 아니었다"고 대답했다. 삼성전자는 영재센터에 16억원을 후원했다. 또 "최씨 모녀에 승마 지원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질책 받는 사안은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최씨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자신이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계 복잡하게 추진할 일 아니다…요식행위만 거치면 될 일, 이 부회장이 세 차례 회장 취임 거절=최 전 부회장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한것인가"라는 질문에 "승계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추진할 필요 없이 요식같기는 하지만 사장단 회의나 원로 회의에서 추대받으면 승계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에게 회장에 취임할 것을 세 차례 강권했지만 이 부회장이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최 전 부회장은 "2015년 7월22일 제주도에 있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불러 이 부회장에게 승마 관련 내용을 말해주라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화할 대화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지난번 창조경제혁신센터 독대 때 박 전 대통령이 말했다던 승마협회에 대한 이야기를 대화거리로 준비하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덧붙였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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