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면서 역대 대통령의 휴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여름휴가를 떠났던 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휴가를 보냈을까? 키워드를 통해 나눠봤다.
◆'휴식'인 듯 아닌 듯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첫 휴가를 강원도 평창으로 떠났다. 이례적으로 언론에 구체적인 휴가 장소까지 공개했다. 이는 약 200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의 관심을 끌기 위한 문 대통령에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애초 29일 휴가를 떠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자행하면서 하루 늦춰졌다. 야권에서 '지금 휴가를 떠날 상황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청와대는 이런 상황에서 휴가를 취소하면 오히려 국민이 더 불안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평창에서 휴식을 취하고, 남은 휴가는 진해 해군기지 내 휴양시설에서 보내면서 북한의 군사 동향을 수시로 보고 받을 계획이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진해 해군기지에서 첫 휴가를 보냈다. '일 중독'으로 유명했던 이 전 대통령도 휴가지에서 현안을 직접 챙겼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하루 두 차례씩 정정길 전 비서실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관련 수석으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엠바고 파기 '낙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여름휴가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보낸 추억의 장소인 저도를 선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 사진은 곧 화제가 됐다. 대통령의 패션스타일도 관심거리였지만, '저도의 추억'이라는 낙서를 통해 극비였던 휴가 장소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전 청와대 측은 대통령의 휴가 장소를 경호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사에도 '엠바고로 해달라',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구체적인 장소가 공개되면서 '대통령의 엠바고 파기' 소란이 벌어졌다.
◆짧은 휴가도 못 가고...'방콕'
우리나라 대통령은 휴가에 인색한 편이다. 해외 정상들은 길게는 3주간 휴식을 취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은 7월 말에서 8월 초쯤 3일에서 5일 정도 휴가를 보낸다. 다른 나라 정상들에 비해 적은 휴가를 떠나지만, 이마저도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를 수습하느라 여름휴가를 잡지 않았다. 휴가 대부분을 관저에서 보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수습을 위해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 2015년에는 메르스 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휴가를 떠나지 않고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자연 속 '청남대'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의 충북 청주의 '청남대'는 산책은 물론 축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많이 찾았던 휴가지다.
과거 육군사관학교에서 '스포츠맨'으로 불렸던 전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경호원들과 함께 축구와 골프, 수영, 낚시 등을 하며 여름휴가를 보냈다. '골프광'으로 소문난 노태우 전 대통령과도 골프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남대에서 휴가를 보낸 뒤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낸 대통령도 있다. 임기 내내 매년 청남대를 찾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기간 내내 이곳에서 매일 2km씩 조깅을 하며 휴가를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여름휴가 직후 금융실명제법을 전격적으로 발표하며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격렬한 운동을 하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중 3차례나 청남대를 찾아 산책을 즐겼다. 아름다운 대청호의 너른 풍경을 볼 수 있는 청남대는 산책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청남대는 2003년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는 이 별장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 드립니다. 사사로운 노무현을 버리기 위해서입니다"라며 충청북도에 소유권이 넘겨졌다. 현재 청남대는 대통령 테마파크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 2월 개방한 지 13년 10개월 만에 관람객 1000만 명을 넘었다.
아시아경제 티잼 윤재길 기자 mufrook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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