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종합]영화 '군함도' 논란 7가지 총정리

시계아이콘07분 07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스포 주의>



영화 '군함도'가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도 개봉 나흘만에 관객 300만(올해 최단기 흥행 신기록)을 불러들이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 논쟁 자체가 한국 사회의 '가치' 지형을 말해주는 의미심장한 풍경이라 할 만하다. 논란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7가지 쟁점을 정리해보자.

[종합]영화 '군함도' 논란 7가지 총정리 영화 '군함도'가 촛불 집회를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CJ엔터테인먼트
AD


#1. '국뽕' 논란


박근혜 정권을 비롯한 10년간의 보수 정부는 일본과의 해묵은 역사적 앙금을 정리하고 새로운 국가관계로 나아가겠다는 의욕을 보인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과거사 청산'을 더욱 꼬이게 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 정권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나온 영화 '군함도'는 묘한 정치적 뉘앙스를 함께 지니게 된다.


일본이 이미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군함도'가, 인류문화가 내세울 가치와는 다른 얼룩진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는 내용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영화 '군함도'는 일본 정부를 불편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해저탄광에서 있었던 일제의 잔혹행위와 강제노동 실상이 현실감 있는 영상으로 비주얼화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영화 전체의 스토리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임금과 노동의 부당한 착취 현장이 그려지고 안전에 대한 부방비의 작업환경으로 어이 없이 죽어가는 노동자의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영화의 말미에 가서, 일제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군함도의 참상을 감추기 위해 일본이 섬 안의 조선인 전부를 갱도에 넣고 폭파시켜 죽이려 한다는 첩보가 등장하는 건, 물론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영화적 상상력이다.


따라서 이 전멸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조선인들의 극렬한 저항 또한 '기록'에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 대목이 '국뽕'논란의 핵심일 것이다. 관객의 '실소'를 불러일으킨 조선인들의 촛불시위는 지난 겨울의 광화문에 대한 '추억 서비스'같은 느낌이었다. 촛불민심이 탄생시켰다고 스스로 자임하고 있는 이 정부가 이 장면을 어떻게 읽어낼지 궁금할 정도다.


갑작스럽게 최정예 솔저로 '변모'한 조선인 탄광노동자와 위안부들의 맹활약도 비현실적인 기분을 돋운다.어리숙한 일본인 감시병들을 속이고 죽이는가 하면 총알이 난무하는 전투 가운데서 스펙타클한 대탈출의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욱일승천기를 배를 가르듯 잘라내는 장면, 일본인 관리자를 불로 태우고 그것도 모자라 목을 쳐내는 잔혹한 처단을 하는 모습도 영화의 카타르시스 장치라고만 보기에는 개운찮은 기분이 있다.


[종합]영화 '군함도' 논란 7가지 총정리 영화 '군함도' 스틸 컷


#2. '친일영화' 논란


두 명의 조선인 악당이 등장한다. 독립운동 진영의 인사로 알려진 윤학철(이경영)은 실제로는 군함도의 조선인을 착취하고 이용하는 친일파였다. 또 조선인 광부들을 잔혹하게 관리하는 노무계원 종구(김민재)도 조선인이다. 이 두 사람은 순수하게 영화 제작자들의 상상력에서 빚어진 캐릭터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들이 실제 인물이 아니기에 발생하는 것 같다.굳이 군함도에 이 두 사람을 투입한 류승완감독의 의도가 뭐냐는 점이다. 군함도 문제가 담아낼 수 있는 비교적 상식적인 스토리 구도는 일제의 착취와 조선인 징용자들의 저항일 것이다. 그런데 감독은 그 사이에 조선인 친일파를 집어넣어 대결 구도를 복잡하게 만든다.


객석의 비평자들은, 스토리 속에 친일파를 집어넣어 부각시키는 바람에 오히려 일본의 폭압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일본과 조선인의 긴장 구도에서 조선인과 조선인의 갈등구도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일본의 원초적인 죄악을 '사면'해버린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런 논리가 뜀박질을 하면서, 이 영화는 결국 일본을 도와준 '친일'영화라는 논점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런 친일파 투입에 대한 옹호 논리도 만만찮다. 우선 일제의 조선인 노동자 학대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너무 단조로울 가능성이 있기에 다른 이야기 장치가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끌어갈 경우, 일본의 군함도 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원색적이고 단선적인 비난의 메시지만을 담게 되어 오히려 영화적인 상상공간이 축소되면서 '사실 관계'에 예민해지고 외교적인 역풍을 부를 우려도 있었다.


개연성 논리도 등장했다. 일제 당시에 조선인 친일세력들이 조선인을 괴롭히는 사례는 일상 속에서 비일비재했으며, 그런 역사적 사실을 참고해 스토리 공간을 꾸미는 게 지나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종합]영화 '군함도' 논란 7가지 총정리 영화 '군함도'가 개봉 이틑날까지 150만을 불러모았다./사진-CJ엔터테인먼트



#3. '친일파'가 꼭 필요했나


이 영화가 '반일'보다 '반친일'을 부각시킨 것은 정치적인 함의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보수정권이 친일과 절연하기 어려운 역사적 기반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과, 그것을 새로운 정부에서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반일' 영화인 '군함도'에서 슬며시 부전지로 첨부됐다고 보는 것이다. 정권이 뒤집힐 때마다 '과거사 청산'은 익숙한 화두로 떠오르는 경험에 우리 모두는 익숙하다.


과거사 청산은 왜 끊이지 않는 문제가 될까.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나라의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의가 단지 텍스트 속의 이론일 뿐, 교과서 바깥에서 현실화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정의를 권장할 수 없는 '가치체계의 이중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교과서에 기록된 정의가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합]영화 '군함도' 논란 7가지 총정리 영화 '군함도'의 윤학철을 연기한 이경영.



진상을 규명하고 부당 이익이나 권리를 취한 자를 문제 삼고 피해를 본 사람의 현실적인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친일파와 관련한 문제의 핵심이다. 과거사의 가치가 정상적으로 매겨지지 않은 채 매몰되어 있는 이 나라에서 우린 무엇을 위해 살 것이며, 무엇을 지키며 살 것인가. 그것이 공허해지면 삶은 정상적인 지표를 지니기 어렵다.


중국에서 10년 전에 만든 영화 '색계'(2007)는 보기 드물게 친일파에 대한 중국인의 고뇌를 담고 있다. 1942년 일제 감점하의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항일단체는 친일파 처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력의 열세로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끓어오르는 증오를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에게 퍼붓지 못하고 비열한 동족에게 퍼붓는 현상은 중국 또한 다르지 않았다. 왕치아즈는 구약성서의 유디트처럼 나서 친일파 이대장에게 자기의 몸까지 내주며, 중국인들의 증오에 기꺼이 복무한다.


'군함도' 감독은 이런 근원적인 감정을 일제 강점기의 스토리 속에 넣어 깊이를 부여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암살'이나 '밀정'이 지닌 흥행공식을 참조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친일파 소재 자체가 부적절했다기 보다는 그것이 제대로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함으로써 겉절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노무계원 종구는 많은 역사적 기록이나 스토리 속에서 낯익은 일제 앞잡이로 생계형에 가까운 '저열한 친일만행'을 일삼는 존재다. 그는 아마도 목욕탕 결투에서 경성 깡패 최칠성(소지섭)에게 나가떨어지는 순간, 그 배역의 핵심을 다 했을 것이다.


윤학철은 군함도의 조선인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신적 리더'로 행세하고 있지만, 그 실상은 일본과 결탁해 노동자 착취와 부당한 관리를 일삼는 인물이다. 이 지식인 리더의 이중성을 영화가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조선노동자들에 대한 학대가 '일본'에게서 직접 나온 것이 아니라 이 친일파의 계략과 술수에서 나온 것으로 읽히게 된다. 윤학철에 대한 공분은, 이 영화를 격렬한 '반친일파' 영화로 변형시켜놓은 셈이다.


굳이 군함도 속에 '역사적 증거기록'도 없는 친일파 스토리를 이토록 비중 있게 넣었어야 했을까. 이것이 순수한 창작 의지에서만 생겨난 것일까. 아니면, 여러 가지를 고려한 '다탄두'의 모티프였을까. 종구는 목을 꺾어 죽이고 학철은 군중 앞에서 칼로 베임을 당하는, '친일에 대한 살벌한 단죄' 또한 대중적인 기분에 편승하는 영화적 장치였을 것이다.


류감독은 이 문제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친일에 편승해서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친일파들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친일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그려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친일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아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병이 난 걸 알아야,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낫지 않습니까. 일재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으로 만든 부분이 있습니다."


[종합]영화 '군함도' 논란 7가지 총정리 '군함도'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4. 상영관 독과점에 공분하다


수요일은 5000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문화의 날이다. 7월 마지막 수요일은 '군함도' 개봉일이었다. 제작 배급사인 CJ E&M은 전국 2,575개의 스크린에서 2,168개의 스크린을 확보해 26일 첫날 97만 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멀티플렉스에 갔는데 한 편의 영화가 10개중 8개를 차지한 상황으로 관객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3대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개봉이 배제된 봉준호의 '옥자'는 111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6월 29일 개봉한 이 영화는 한달 가까이 상영했으나 관객은 30여만명을 넘지 못했다.


영화 마케팅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1천만 관객 영화'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상영관 놀음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군함도'의 제작비는 220억원이었고 손익분기점은 700만 관객 정도라고 한다. 마케팅 비용을 더하면 1천만명 이상은 들어와야 수지 타산이 맞다는 결론이다. CJ E&M은 이런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관객의 '볼 권리'를 제한하는 상영관 독식이 부를,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고 무리수를 감행했다.


파문이 커지자, 류감독이 나서서 사과를 했다.


"이번 독과점 논란 중심에 제가 만든 영화가 서게 되서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오래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영화 단체들이 독과점 문제를 오래 논의하고 개선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도 감독 조합이나 회원들과 같이 얘기를 하면서 이 문제의 개선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군함도'는 예술 영화 전용관까지 들어가는 만행을 저지르면 안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감독과 제작사가 미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더군요. 다들 당황하고 있습니다. 배급사 쪽에서도 이렇게 잡힐 줄 몰랐다고 하더군요."


[종합]영화 '군함도' 논란 7가지 총정리 3일부터 일주일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옥외 전광판을 통해 상영된 '군함도(정식명 하시마·端島)의 진실'이란 홍보영상에서 일부 사진이 잘못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5. 역사 왜곡 논란


(1)영화 '군함도'의 역사 왜곡 중에서 먼저 등장하는 것은 이곳의 참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좁은 갱도 속으로 진입하기 위해 어린 소년들을 잡아와 노동을 시켰으며 평균기온 40도에 습도 95%의 해저 갱도에서 메탄가스가 폭발해 천장이 붕괴되는 사태도 잦았다고 한다. 바닷물이 들이쳐 피부가 썩는 일도 있었다. 매일 구타와 학대가 있었고, 굶주림의 문제도 심각했다. 탈출하려 뛰어내렸다가 시신이 되어 둥둥 떠있는 경우도 있었다. 악단장 이강옥이 딸 소희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거나, 일본인에게 뇌물을 바치는 장면은 당시 조선인들의 상황을 오해하게 했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 측에서는 당시 군함도에 상당한 수준의 복지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정상적인 광산업 경영이 진행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오히려, 영화가 상황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월급에 대한 영화 속 언급은 사실이었다. 그들은 한달 50엔을 받았는데, 식사비, 숙소비, 속옷 구입비, 세금과 건강보험료, 작업 도구 대여비를 공제하고 실제로 받는 돈은 5엔이었다. 그 5엔마저 정부 채권구매 명목으로 떼어가 수입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군함도에서 타계한 조선인 노동자는 1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사망 뒤 장례식은커녕 시신을 소각해 버렸다. 위령비가 세워졌으나 현재 일본에 의해 폐쇄된 상태라고 한다. 군함도에 징용된 노동자와 그 후손들은 일본이나 일본 기업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도 받지 못했다.


(2)군함도 속 조선인 노동자를 친일파 지식인이 갈취했다는 이야기 구도는, 영화적 재미를 넘어서서 '상상력'으로 조선인을 부당하게 모욕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역사 속의 픽션 또한 대중적이고 상식적인 공감을 벗어나 사실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면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군함도의 친일파 지식인'은, 식민지 환경 속에서의 갈등을 일제와 조선인의 구도에서 조선인과 조선인 구도로 각인시키는 측면도 지니고 있지만, 감독이 어떤 의지를 담아 친일파를 단순하고 잔혹하게 처단함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뿜어내도록 구성해놓은 점도 불편함을 준다.


(3)일본이 자신들의 군함도 만행이 드러날까 두려워해, 섬 안의 조선인들을 모두 갱내에 몰아넣어 죽이려고 하는 상황도, 역사 속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 처하여, 400명이 대대적인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 또한 팩트가 아니다. 실제 군함도에서는 이런 학살 기도나 대규모 탈출이 밝혀진 바 없고 비슷한 사건도 일어난 바가 없다.


이와 관련해 일본인과 조선인이 벌인 치열한 '교전'도 없었으며, 살아남은 조선인들이 배를 탈취해 어디론가 떠나가는 상황 또한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군함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면서도, 이 영화가 표현하는 가장 인상적인 대목(조선인 대탈출극)은 모두 허구라는 점이 뭔가 허탈하다.


[종합]영화 '군함도' 논란 7가지 총정리 영화 '군함도'의 폭력배 칠성(소지섭)과 위안부 말년(이정현).



#6.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이 군함도 슈퍼맨



뭔가 착오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합류해, 스토리의 중심을 통과하는 주인공의 설정은 영화가 자주 쓰는 클리셰이기도 하다. 악단장 이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의 감초 역할과 빼어난 연기는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하고, 감성적 코드를 이어가는 핵심이다.


아빠를 따라왔다가 졸지에 위안부 자리에 앉게 된 소녀의 설정은 다소 불편한 이야기로 진행될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다채로운 연기력과 울고 웃기는 표정으로 배역에 생기를 더했다. 군함도 내에서 가장 요령 좋은 능력자로 활약하게 되는 이강옥을 마치 접신한듯 풀어낸 황정민의 내공 또한 눈부셨다.


그런데, 문제는 황정민의 캐퍼가 광복군 요원 박무영(송중기)의 실력과 합쳐지면서 거의 슈퍼맨처럼 활약하는 상황이, 이 영화를 '오락예능'에 가깝게 만든다는 점에 불만을 지니는 이도 있다. 그의 정보력과 행동력, 뇌물을 쥐여주는 섭외력과 때론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상황 예측력, 거기에다 엑소더스 고공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모세 뺨치는 결단의 리더십까지.


하기야 광복군 측이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를 일본 정보당국도 몰랐던 사이에 이미 꿰뚫고 있는 '놀라운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는 점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약과일지 모르겠다. 이강옥이 딸 소희에게 노래(희망가)를 부탁하며 눈을 감는 장면의 페이소스는 막판 대중적 흡인력을 극대화시킨 장치임엔 틀림없다.


[종합]영화 '군함도' 논란 7가지 총정리 영화 '군함도'의 종구 역을 맡아 열연한 김민재.



#7. 류감독이 너무 힘을 줬다?


중국에서 위안부를 전전하다가 군함도로 건너온 말년(이정현)과 경성 최고의 주먹인 칠성(소지섭)은 군함도에서 위안부와 탄광노동자로 생활하지만, 서로에게 연민을 느낀다. 원래는 유곽에서 말년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이 장면은 편집됐다) 칠성이 빨래터를 지나며 그녀에게 슬쩍 과일을 던져주는 장면은, 이들 러브라인에 대한 놓칠 수 없는 암시였다.


그런데 대전투가 시작되자, 말년은 5kg이 되는 총을 들고 싸웠다. 위안부가 갑자기 전사로 변신하는 것은 좀 낯설 수 밖에 없었다. 총을 맞고 쓰러진 말년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그녀와 함께 전장에서 죽어가는 모습은, '팬터지'를 뿜어내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들의 사랑이 영화 '군함도'를 꽉 채울 순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순애보처럼 등장한 이 장면은 영화의 정체성을 물어보게 하는 측면이 있다.


송중기의 박무영 역은 눈빛이 좀더 무겁고 진지해졌다는 것을 빼면 '태양의 후예' 유시진대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는 지적이 있다. 그의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이 군함도 탈출이라는 거대한 작전을 구상하는데에는 적절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렇게 이미 검증된 스토리들의 '흥행요소'를 제대로 풀어놓고자 하는 감독의 욕심과 강박이 오히려 영화의 맛과 재미를 줄였다는 혹평도 있다. 길고 어지러워졌다는 것이다. CJ E&M의 지원사격을 받고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에 이정현과 아역 김수안이 출격한 당대의 '역작(力作)'에서, 정작 류승완 감독이 발휘했어야할 미덕은 그 힘을 지금보다 조금만 더 빼는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지적들은 그래서 귀에 쏙 들어온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