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주의)
#5. 역사 왜곡 논란
(1)영화 '군함도'의 역사 왜곡 중에서 먼저 등장하는 것은 이곳의 참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좁은 갱도 속으로 진입하기 위해 어린 소년들을 잡아와 노동을 시켰으며 평균기온 40도에 습도 95%의 해저 갱도에서 메탄가스가 폭발해 천장이 붕괴되는 사태도 잦았다고 한다. 바닷물이 들이쳐 피부가 썩는 일도 있었다. 매일 구타와 학대가 있었고, 굶주림의 문제도 심각했다. 탈출하려 뛰어내렸다가 시신이 되어 둥둥 떠있는 경우도 있었다. 악단장 이강옥이 딸 소희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거나, 일본인에게 뇌물을 바치는 장면은 당시 조선인들의 상황을 오해하게 했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 측에서는 당시 군함도에 상당한 수준의 복지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정상적인 광산업 경영이 진행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오히려, 영화가 상황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월급에 대한 영화 속 언급은 사실이었다. 그들은 한달 50엔을 받았는데, 식사비, 숙소비, 속옷 구입비, 세금과 건강보험료, 작업 도구 대여비를 공제하고 실제로 받는 돈은 5엔이었다. 그 5엔마저 정부 채권구매 명목으로 떼어가 수입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군함도에서 타계한 조선인 노동자는 1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사망 뒤 장례식은커녕 시신을 소각해 버렸다. 위령비가 세워졌으나 현재 일본에 의해 폐쇄된 상태라고 한다. 군함도에 징용된 노동자와 그 후손들은 일본이나 일본 기업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도 받지 못했다.
(2)군함도 속 조선인 노동자를 친일파 지식인이 갈취했다는 이야기 구도는, 영화적 재미를 넘어서서 '상상력'으로 조선인을 부당하게 모욕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역사 속의 픽션 또한 대중적이고 상식적인 공감을 벗어나 사실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면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군함도의 친일파 지식인'은, 식민지 환경 속에서의 갈등을 일제와 조선인의 구도에서 조선인과 조선인 구도로 각인시키는 측면도 지니고 있지만, 감독이 어떤 의지를 담아 친일파를 단순하고 잔혹하게 처단함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뿜어내도록 구성해놓은 점도 불편함을 준다.
(3)일본이 자신들의 군함도 만행이 드러날까 두려워해, 섬 안의 조선인들을 모두 갱내에 몰아넣어 죽이려고 하는 상황도, 역사 속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 처하여, 400명이 대대적인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 또한 팩트가 아니다. 실제 군함도에서는 이런 학살 기도나 대규모 탈출이 밝혀진 바 없고 비슷한 사건도 일어난 바가 없다.
이와 관련해 일본인과 조선인이 벌인 치열한 '교전'도 없었으며, 살아남은 조선인들이 배를 탈취해 어디론가 떠나가는 상황 또한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군함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면서도, 이 영화가 표현하는 가장 인상적인 대목(조선인 대탈출극)은 모두 허구라는 점이 뭔가 허탈하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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