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이틀에 걸쳐 간담회에 참석한 14대 그룹이 '포스트 간담회'라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각 그룹 총수 및 전문경영인들은 문 대통령과의 호프미팅과 비공개 간담회가 허심탄회한 자리가 됐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맥주잔을 기울이며 웃고 즐거운 대화 뒤에는 더 많은 숙제가 놓였다. 이에 따라 각 그룹들은 이르면 내주부터 기존 대책에 추가로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반영, 일자리창출과 상생협력에 초점을 맞춘 방안들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차와 2차 간담회에서 경제살리기보다 중요한 과제는 없다면서도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재계가 호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참석한 기업인들도 정부정책에 적극 호응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상생은 하겠는데 일자리는 어떻게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그룹들은 간담회에 앞서 협력사와의 상생을 1차에서 2, 3차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새 정부의 일자리창출에 호응하는 대책을 당장 내놓기는 어렵다"고 호소한다. 삼성의 경우도 하반기에 최대 규모의 신규 채용을 밝히긴 했지만 삼성은 그간 매년 채용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이는 5년 전부터 추진해온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의 결과물이다. 이 같은 의사 결정은 오너에서 나왔지만 현재는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신규채용보다는 노사관계가 걸림돌이다. 노조가 여름휴가 이후 파업을 벌일 경우 작년의 3조원 손실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국내외 사업장에서 판매가 부진해 비상경영에 나선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물론이고 신규 채용도 여력이 제한적이다. SK의 경우도 SK하이닉스에 견줘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등의 성장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구조조정 한 기업들도 고심
두산과 현대중공업 등 이전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 기업도 일자리정책에 선뜻 부응하기 어렵다. 두산의 경우 최근 수년간 대량 감원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통해 최근에야 흑자가 난 상황이다. 두산은 이 때문에 최근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에서 계약직과 파견직 4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미 노조의 구조조정 반대가 계속되고 임단협 협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군산조선소의 가동중단으로 계기로는 정치권과 지역의 시선도 곱지 않다.
-여력있는 곳이 앞장서주길
재계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한화와 신세계, CJ와 같이 여건이 되는 그룹에서 앞장서 달라는 주문도 나온다. 문 대통령도 손경식 CJ회장에게 "지난번 미국도 동행해주셨는데, 정말로 정정하시게 현역에서 거의 종행무진 활약하고 계셔서 아주 뭐 보기도 좋다"며 "오늘 내일 만나는 경제계 인사 가운데서도 가장 어른이신데, 경제계에서도 맏형 역할 잘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을 대신에 참석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2013년에도 호텔&리조트, 한화63시티, 한화갤러리아 등에서 비정규직 2000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한 바 있다.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2016년 5140명, 올해 6700명의 청년일자리창출에 나선다. 신세계는 골목상권과의 상생확산과 경력단절 여성채용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간담회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임신부 탄력근무제 ▲난임 여성 휴직제 ▲예비맘 휴직제도 등을 시행 중이며 스타벅스는 '리턴맘 바리스타' 제도를 통해 2013년 이후 100명 이상의 여성이 일터로 돌아왔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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