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서울 아파트값이 연일 고공행진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지방 주택시장은 냉랭하다. 그동안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불었던 찬바람이 경기 동탄·김포신도시 등 수도권 일부 지역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과거 호황기에 쏟아졌던 분양 물량이 일시에 입주를 시작하면서 분양권 가격이 분양가 이하인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28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 연말 입주를 앞둔 경기 화성시 동탄면 장지리 '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9.0'의 전용면적 102㎡ 분양권이 3억934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3억9990만원) 보다 650만원 낮은 금액이다. 아직 실거래가 신고는 되지 않았지만 분양가 대비 1500만원 이상 낮춰 나온 매물도 수두룩하다.
인근 동탄면 산척리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10.0'(내년 7월 입주)의 85㎡ 분양가 호가도 분양가(3억4940만원)보다 수백만원 낮아졌다. 다음 달 입주하는 기산동 'SK파크뷰 2차' 역시 최근 들어 분양가에서 200만~500만원 하락한 분양권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탄2신도시는 2~3년 전만 해도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핫 플레이스'로 통했는데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동탄2신도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입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잔금 등을 마련하지 못한 일부 투자 수요가 분양가 이하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곧바로 팔리진 않는다"면서 "대부분 입지가 좋지 않거나 수요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대형 매물"이라고 말했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오는 12월 입주를 앞둔 운양동 '리버에일린의 뜰' 84㎡ 분양권이 최근 3억649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분양가(3억6990만원)보다 5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물론 모든 신도시 내 아파트 분양권의 가격이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대규모 공급이 쏟아졌던 지역을 중심으로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단지에서 프리미엄이 없는 '무피'나 마이너스 분양권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처럼 1순위 마감에 성공하고 분양 초기 계약이 끝난 '완판' 단지라도 입주가 임박하면서 일부 분양가 이하로 손절매하는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지역 입주 물량은 앞으로 점차 증가한다. 올 하반기 경기 지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9만4061가구로, 상반기(3만3056가구)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지난 5년간 경기 지역의 연평균 입주 물량이 6만4743가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2배, 내년에는 2.5배까지 급증한다. 특히 동탄2신도시 입주가 몰린 화성시는 올해 2만3711가구에 이어 내년 3만1327가구가 입주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외곽은 올 하반기를 시작으로 2019년 상반기까지 입주가 예정돼있어서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입주가 본격 개시되면서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과 대구, 세종 등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고 얼어붙었던 지방 도시의 경우 공급과잉에 지역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면서 가격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평창 지역에서는 최초 분양가 대비 절반 이하 가격에 매물이 나왔다.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일대 '데이즈힐 스카이테라하우스'는 2015년 4월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한국자산신탁과 파라다이스건설이 고급 테라스형 아파트로 분양했지만 분양률이 5% 미만으로 저조했다. 지난해 7월 완공 이후 공매물로 나온 사업지를 이원디벨로퍼가 통매입한 뒤 일부를 일반인에게 최초 분양가보다 54% 낮은 금액에 할인 분양 중이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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