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ㆍ권재희 기자] 6ㆍ19 부동산 대책 이후 더 심화된 양극화에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서울 등 국지적 과열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6ㆍ19 대책보다 더 강한 '한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기초 체력이 약한 지방 부동산시장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다. 추가 대책을 내놓자니 급랭한 지방 집값이 걱정이고, 좀 더 두고 보자니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세가 심상찮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시장이 단순히 일부의 투기적 수요 때문에 과열되는 게 아니라 저금리 기조와 넘치는 유동성 등 전반적인 자산 팽창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요 억제 대책으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6ㆍ19 대책이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만큼 공급을 늘리는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서울은 아직 주택보급률이 100%가 안된다"며 "서울 집값이 오르는 건 그동안 서울의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새 수장인 김현미 장관 취임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다 최근 변화의 기류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부동산시장 수급 안정을 위해 적정 수준의 주택 공급을 유도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이 부족한 데는 주택을 공급하고 공급 과잉인 곳은 공급을 억제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김 장관이 지난 23일 취임식에서 "아직도 이번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다주택자의 투기적 거래가 실제 부동산시장 과열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이달 7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서울의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점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의 주택 공급 유도'가 단순히 원론적인 차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정부의 시장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같은 수요 억제만으로는 오르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6ㆍ19 대책은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진단이 잘못됐다"며 "서울 같은 경우 부지 고갈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물량은 재건축ㆍ재개발ㆍ뉴타운밖에 없는데 이걸 억제하면 공급이 축소되고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주택 수요 억제에 매달릴 게 아니라는 의미다.
시장의 이목은 정부가 다음달 어떤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보유세 인상 등 방안을 고민하고 있겠지만 섣불리 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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