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경 시신에서 길고 얇은 둔상 흔적 발견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두 달 전 우울증 약을 복용하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 의무경찰이 실제로는 부대 내부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월 25일 사망한 故 박모(22) 일경 시신에서 구타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박일경 사망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박일경은 지난 5월 13일 김포공항경찰대 내부의 화장실에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박일경은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같은 달 25일에 사망했다.
당시 박일경은 부모님에게 전화해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이에 부대 내 가혹행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서울지방경찰청은 구타 및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가 제시한 박일경의 검시 사진에는 좌측 넓적다리와 우측 종아리에 길고 얇은 모양의 멍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군 인권센터는 이것이 둔기를 사용한 구타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상처는 사망 당시에는 치유가 진행되던 것으로, 사망 원인과는 상관없이 사망 시점 이전에 생겼음이 부검 결과 확인됐다고 군인권센터는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좌측 넓적다리와 우측 종아리의 손상 외에도 여러 부위에서 치유가 진행된 손상의 흔적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위 정황을 종합했을 때, 군인권센터는 진압봉과 같은 형태의 둔기로 박일경에게 상습 폭행이 가해졌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임 소장은 "경찰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2개월이 지나도록 소속 대원이 왜 죽었는지 밝히지 못하는 총체적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시신에서 구타흔이 발견된 지금이라도 구타·가혹행위 사실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경찰에 촉구했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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