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4개+오뚜기…靑 "오뚜기, 상생협력 우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민간으로 확대나서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28일 이틀에 걸쳐 기업인들을 만난다.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오찬이 아닌 만찬을 함께 하며 원활한 소통을 위해 소규모로 진행된다. 특히 비정규직 비율이 1% 대인 중견기업 오뚜기를 대기업들과 함께 초청할 예정이어서 대기업들을 향한 '무언의 압박'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하는 기업은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오뚜기 등이다. 구속 등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여건이 허락되는 기업 총수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청와대와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함께 한다.
눈에 띄는 기업은 단연 오뚜기다. 유일한 중견기업으로 재계 순위가 100위권 밖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오뚜기를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우수중견기업"이라고 꼭 찍어 강조했다. 오뚜기는 전체 직원 3099명 중 비정규직이 36명에 불과하며 지난해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도 낸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오뚜기는 '착한기업' 이미지가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오뚜기의 경영 방침과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연내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도 지난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뚜기와 함께 하는 건) 공공부문처럼 민간기업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이 아니고 뭐겠나"라면서 "기업의 규모와 업종, 환경 등이 전혀 다른데 그런 점이 고려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린데 이어 법인세 인상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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