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추진한 약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22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추경안 본회의 표결 직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무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공무원 증원 관련 예산을 놓고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처리된 추경안은 정부안보다 1500억원 가량 감액된 11조333억원 규모다. 투표 결과는 재석 의원 179인, 찬성 140인, 반대 31인, 기권 8인이다.
당초 한국당은 '추경 반대' 표결을 하기로 당론으로 정하고 본회의에 참석했지만 표결 직전 집단 퇴장했다. 이로 인해 재석 의원 수는 146명, 의결 정족수가 4인 부족해 표결 처리가 50여분 간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서 자당의 김광림, 김도읍, 전희경 의원 등이 추경안 반대 자유토론을 마친 뒤 집단 퇴장했다. 전 의원은 "이번 추경안이 통과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20대 국회가 추경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재정 곳간의 빗장을 풀고 세금 늘리는, 열어선 안 될 상자를 열었다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지연되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각 당 지도부로 하여금 의원들의 본회의 참여를 독려했다. 한국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대거 불참한 것으로 알려져 눈총을 샀다. 정 의장은 "앞으로 10분 내에 한국당이 오면 오늘 회의를 하고, 10분 내 참석안하면 월요일(24일)에 다시 회의 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여야를 압박했다.
이후 11시50분께 한국당 의원 일부가 본회의 복귀 의사를 밝혔고, 의결정족수를 채우면서 추경안이 극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추경 처리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불발될 위기까지 낳으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평가다.
정 의장은 "오늘 국회가 추경안을 처리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만, 그 과정에서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다"며 "여도 야도 패자라고 본다. 승자는 없었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국정이 여러가지로 어렵고 민생이 어려운 때에 국회에서 정쟁이 난무하고 국민의 눈높이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를 운영한다고 하면 국회의 존립 의의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독하기 위해 있지만, 그런 일을 함에 있어서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너무 치우친다면 결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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