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정치보복 후폭풍은 文 본인이 져야"…국민의당·바른정당도 '위법성' 의식하며 예의주시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청와대가 박근혜정부 당시 작성된 '캐비닛 문건'을 3차례에 걸쳐 추가 공개하자 자유한국당은 "비정상적인 행위" "불법무도"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당은 이전 정부와의 거리를 두면서도 청와대의 '여론몰이식' 행태를 비판하며 역풍을 노리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1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 정부의 기록물을 범죄 문서시하면서 공개하는 것은 어떤 정부에서도 볼 수 없는 치졸하고 불법무도한 행위"라며 "이런 불법행위가 중지되지 않고 계속되면 더한 수준의 강력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정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를 무조건 비호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전 정부의 청와대에서 생산한 정상적인 문서를 마치 범죄문서인양 한정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정기관을 총동원한 정치보복을 노골화하면 모든 후폭풍은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문건에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보수단체 지원 계획 등 향후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문건 공개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며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등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맞대응했다. 또한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대통령기록물을 불법적으로 활용했다는 데 무게를 싣고, 문 대통령 지지층 이탈 등 타격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낙 휘발성이 큰 사안인 만큼 다른 정당들도 문건 공개의 위법성을 의식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적폐청산도 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절차적 정의가 지켜져야 한다"며 "법의 지배 속에 이뤄져야 지속가능한 정의가 구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바른정당 관계자는 이번 문건 공개에 대해 "도의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면서 "청와대 캐비닛에서 우연히 문건이 발견됐다는 설명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청와대의 문서 관리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의원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기록물이면 공개하면 안 되고, 기록물 성격이 아니면 상관없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그것을 가지고 여론몰이식으로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는 "수사당국에 넘겨서 증거로 활용하면 되는 문제"라며 "그것을 가지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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