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삭감 반발' 프랑스軍 합참의장 결국 사임

마크롱 대통령 긴축 재정 방침에 반기…일주일여 대립
국가 원수와 충돌해 사임은 제5공화국 출범 이래 처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 출처=마크롱 대통령 트위터)

[아시아경제 국제부 기자] 프랑스군 최고 사령관인 합참의장이 국방 예산 감축을 밀어붙인 대통령에게 항의하다 결국 사임했다.

피에르 드빌리에(61) 합참의장(대장)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지휘권을 더는 행사할 수 없게 됐음을 절감한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당초 드빌리에 의장은 오는 21일 엘리제궁 주례 안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과 국방 예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임을 결심하면서 예산 감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결연한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 17일 사임 의사를 굳히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뒤 엘리제궁을 찾아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집무실로 돌아와 프랑스의 육·해·공군 수뇌부를 소집해 마지막 회의를 열었다.

최근 드빌리에 의장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올해 국방 예산 삭감 조치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프랑스 정부는 국방 예산 8억5000만유로(1조1000억원 상당) 삭감 등 긴축 재정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 적자 규모를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묶어두기 위해서다.

드빌리에 의장은 단순 반대에 그치지 않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지난 12일 정부 안보 관련 회의와 하원 국방위원회에서 "이렇게 나를 엿 먹이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등 격하게 항의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드빌리에 의장의 도발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기에 앞서 국방부를 직접 찾아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모든 부처에 (지출 삭감) 노력이 필요하고 군도 마찬가지"라며 "정당하고 충분히 실행 가능한 지시인데, 이런 논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명예롭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프랑스군 합참의장이 국가 원수의 방침에 반발해 사임한 것은 제5공화국 출범 이래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