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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블라인드 채용과 양극화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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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블라인드 채용과 양극화 극복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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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 중에 하나는 바로 양극화이다.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서 양극화 이슈가 제기되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소득, 일자리, 교육, 지역 등과 관련하여 상하층 간의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양극화 문제는 우리 경제의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산출된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국가적 과제의 실현 방식은 '선택과 집중'의 원리가 지배적이었다. 보유 자원과 경험의 부족을 극복하고자, 나름대로 정책적인 기준을 세워 특정 집단이나 부문을 선택하고, 이들에게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짧은 시간 내에 산업화와 정보기술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선(先) 성장 후(後) 분배'의 원칙에 따라 성장의 우선가치를 선택한 한국 사회의 경제적 성과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지만, 공동체 가치의 해체와 공정하지 못한 분배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성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선택과 집중의 원리 대신에 다양한 가치를 존중해야 하고, 선 성장 후 분배 원칙 대신에 성장과 분배의 조화와 균형을 찾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기나긴 정책 여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블라인드 채용은 그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채용 과정에서 학벌, 지연, 혈연, 신체 조건에 대한 사항 기재를 배제해 공정한 평가의 조건을 마련하고, 지역인재나 장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그동안 소외됐던 집단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기회의 형평성을 개선해 줄 수 있다.


현재의 사회적 체계에서 '좋은 일자리ㆍ명문대ㆍ수도권'은 서로 강고하게 결합돼 재생산되고 있다. 그동안 좋은 일자리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편중되어 존재하였고, 이러한 일자리를 얻으려면 수도권에 위치한 명문대에 진학해야 했다. 명문대 진학이 절대적인 목표가 되면서, 학교는 인성이나 개성 존중과 같은 다양한 교육적 가치를 포기하였고, 우수한 인재와 자원이 쏠리면서 수도권 과밀화와 국토의 불균형 발전은 갈수록 심해졌다.


이제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통해 이들 간의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들어야 한다. 비수도권에 위치한 교육기관에서 성실하게 실력을 쌓아온 인재가 해당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수도권 교육기관이 보다 활성화되고 특성화되면, 해당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도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덜 수 있다.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성이 증대하면서 조직과 직무의 다양성은 증가하고 이를 충족시킬 개성과 전문성 요구도 늘어나게 된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민간부문에서도 이미 학력이나 스펙을 보지 않고 여러 방식의 시험과 면접을 통해 해당 직무에 잘 맞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학벌지상주의로 인해 개인의 다양한 특성과 잠재역량을 채용 평가의 기준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전반적인 학업 성과만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 블라인드 채용과 같은 공적 개입을 통해 구조적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고 모든 형태의 조직문화와 직무 요구에 항상 적합할 수는 없다.


어떤 일을 제대로 하려면 학업수행능력보다 본인의 개성이나 독특한 능력이 더 필요한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의 생김새에 기본적인 공통점은 있지만, 꼼꼼하게 뜯어보면 똑같이 생긴 사람은 절대로 없다. 모든 직무가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지식, 기술, 태도란 있을 수 없다. 다양한 직무는 다양한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런 직무전문성은 특정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이전할 수 없다. 채용 과정에서 다양한 직무적합성이 제대로 평가돼, 학교와 가정에서 다양한 개인의 개성이 존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상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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