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노조)가 13,14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과반 이상인 66%가 찬성, 6년 연속 파업의 길에 들어섰다. 파업을 벌인 지난 5년간의 패턴을 보면 현대차노사는 4월께 상견례를 가진 이후 노사가 수 십여 차례 협상을 거쳐 합의도출을 모색했지만 노조의 결렬선언과 파업 찬반투표, 이후 파업과 협상, 극적타결의 수순을 밟아왔다. 현대차노조가 만약 파업을 선택한다면 현대차노사 임단협은 올해도 타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양대 사업장인 현대차가 매년 파업의 악순환을 보여 온 데에는 노사의 임단협안이 시작부터 시각차가 워낙 큰 데다 노사간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불신이 원인으로 꼽힌다. 노조는 회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을 내고 회사측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며 난색을 표명한다. 노조는 이후 파업 결의와 실제 파업 등으로 협상력을 키운 뒤 사측에 일부 양보안을 얻어내는 선에서 타협을 한다.
여기서 노조의 요구안을 좀 더 살펴보자. 현대차노조의 요구안과 현대차그룹사 공동요구안의 2가지를 기초로 보면 ▲임금인상▲노동시간단축▲정년연장▲사회연대기금 조성 등이 핵심이다.
-임금 15만5천원 이상.. 순익 30%(작년 기준 1.2조)성과급 요구
임금인상은 기본급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으로 했다. 성과급은 순이익의 30%(우리사주포함)를 요구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4조1천억원이니 30%는 1조2천억원이 넘는다. 장시간 근로를 줄이기 위한 8/8(주간연속 2교대제, 8시간씩 근무)도 부분 도입에서 완전 도입을 요구했다. 해고자 원직복직과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철회도 요구했다.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800%로 했다. 지급시기는 매월 50%를 받고 설날, 추석에 각각 50%, 하기휴가에 100%를 받는다. 쟁의행위기간에는 임금을 차등지급하지 않고 휴업의 사유가 발생하면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되 조합이 요구하면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내용을 요구했다. 정년퇴직시 퇴직금은 퇴직하는 해의 각 분기별 평균임금을 비교해 가장 높은 기간을 기준으로 해서 달라고 했다. 한글날을 유급휴일로 인정하고 경조사및 특별휴가도 늘려달라고 했다. 조합원의 선물지급도 단가를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고 학자금은 3자녀에서 전 자녀로 확대를 요구했다.
-상여금 800%…한글날도 유급휴일로
노사공동의 사회공헌위원회에서 사용하는 사회공헌기금은 연간 50억원에서 60억원으로 10억원 늘리자고 했다. 단체상해보험 보장도 확대할 필요성에 제기됐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타임오프)과 관련해서는 현재 92명의 전임자를 102명으로 확대하자고 했다. 이는 타임오프전과 비교해 조합원이 4800여명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측 입장이다. 노조는 조합원자격을 인사고과권이 있는 부장급 이상으로 개정하자고 했다. 조합원을 보직 간부급 이상으로 늘리면 임원 이하가 모두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에 맞춰 정년 65세로 연장하자"
고용안정은 임금인상과 함께 노조의 요구안의 핵심사안이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급시점과 연계해 정년을 연장하자고 했다. 현재 정년이 60세이고 연금수급 개시가 65세부터이니 정년을 이에 맞춰 65세까지 연장하자는 것이다. 전기차 생산확대와 자동화설비 도입추세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노조는 고용보장합의서를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제네시스의 브랜드를 별도 판매법인으로 분리할 경우에는 노사 공동심의위에서 의결하고 차량개발의 일정이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하면 전체 표준 차량 개발일정을 늦추자고 했다. 차세대 차종의 엔진과 변속기소재를 개발할 경우 국내 공장에 우선 배치해 생산하자고 했다. 해외공장연구소를 신설할 경우에도 노사공동위에서 심의하자고 했다. 자연감소와 정년퇴직으로 결원이 발생하면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자는 요구도 포함됐다.
-금속노조, 현대차그룹에 5천억원 기금조성 요구
현대차노사가 임단협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그룹 계열사 17곳의 정규직 노동자의 통상임금 소송 금액에서 약 2500억원을 내놓고 회사가 같은 금액을 보태 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연대기금'을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여기에 임단협 타결로 발생하는 임금인상분에서 해마다 100억원 정도를 마련하고 회사가 같은 금액을 보태 총 200억원을 마련하자고 했다. 조성된 금액을 제조업 혹은 자동차산업 하청 중소업체 고용을 늘리는 데 사용하자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초기자금 5000억원은 초임 연봉 4000만 원 수준의 정규직 1만 2000여명의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매년 적립되는 200억원은 '중소기업 청년 2명 채용시 추가 고용 1명 임금 국가 지원'이라는 신정부 추진정책과 연동해, 정규직 1500명을 매년 늘려나갈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기금조성 방법과 운영, 사용방안은 모두 현대기아차그룹사 각 노사가 함께하는 그룹사 공동교섭에서 다루어 합의를 도출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는"기금의 주요 재원인 통상임금 소송 임금이라는 것이 전혀 실체가 없는 돈이라는 것이 사안의 핵심"이라며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노조의 2500억 재원 마련은 통상임금 관련 1인당 소송 청구액 2100~6600만원을 기반으로 상정했는데 이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전 그룹사 노조가 승소하고 요구한 금액 전부가 받아들여졌을 때에만 조합원이 받을 수 있는 가상의 돈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현대차 노조의 경우 현재 2심까지 패소한 상황에서 해당 금액을 받아 내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노조원 승소 시 노조원 개인 당 받게 될 소송 금액의 대부분은 챙긴 채 극히 일부만 기금으로 내겠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금속노조의 이 같은 요구가 현대차그룹의 공동교섭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과 통상임금 소송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 쪽에서 2심까지 승소한 상황에서 자격도 없는 금속노조가 1인당 수천만 원을 받는 것으로 소송을 끝내자고 하는 것 자체가 억지"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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