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씨가 변호인을 따돌리고 전격적으로 이재용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양측을 당황하게 만든 가운데, 정씨의 검찰 수사 때부터 입회한 변호인은 “살모사 같은 행동으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보다 더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살모사’ 같다는 손가락질을 받게 된 문제의 정씨 행동은 앞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전격 출석하면서 벌어졌다.
이날 정 씨의 증언은 사실상 자신을 둘러싼 '삼성 말' 연관성을 부정하는 데 집중됐다.
정 씨는 어머니 최씨가 “(삼성 말을) 네 것처럼 타면 된다.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라고 증언했다.
또 삼성 소유였고 정유라가 빌려 탄 것일 뿐이라는 삼성 측 신문에 "내 말도 아니었다"며 말의 소유권이 삼성에 있었다는 삼성 측 주장에 동의했다. “삼성이 말 교환계약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죠”라는 특검 측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삼성 말'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 '삼성에서 돈을 대서 사준 말이란 뜻이냐'고 묻자 "삼성에서 사줬는지 빌려줬는지 사실관계가 파악 안 되니까 그냥 '사준 말'이라고 한 것"이라며 "이런 의미도 저런 의미도 아니고 나는 판단이 안 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씨의 돌발언행으로 당황한 변호인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검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이뤄진 출석과 진술”이라며 법정에서의 정씨 증언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변호인 측은 “(정씨는) 이날 오전 5시쯤 혼자 집을 나가 대기하던 특검팀 차량에 탄 뒤 종적을 감췄다”며 “21세의 여성 증인을 이런 방법을 동원해 증언대에 세운 행위는 위법적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은 이 같은 변호인 측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특검은 “정씨가 이른 아침 연락해 고민 끝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뜻을 밝혀오면서 법원 이동을 지원해 달라고 해 도와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씨가 변호인을 따돌리면서까지 재판에 전격 출석한 배경을 두고 이른바 ‘장시호 학습 효과'가 아니겠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씨도 장씨처럼 특검·검찰에 협조하면 향후 재판 구형 등에 있어 '배려'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하는 것이다.
한편 정씨의 변호인은 “최순실씨를 위해선 정유라씨를 다시 증인으로 불러 해당 증언을 탄핵하도록 해야 한다”며 “신뢰관계가 이미 깨진 상황이라 개인적으론 정 씨에 대한 사임계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