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뒤통수를 내어 준다 나에게
나도 내 뒤통수를 깃털처럼 내어 준다 뒷사람에게
우리는 뒤통수를 얼굴로 사용하는 사이
무덤덤하게 본척만척
서정과 서사가 끼어들지 않아서 깔끔하지
서로 표정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
평생을 함께하지 반복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서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 권리를 위하여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서로 헐렁헐렁한 고무줄 바지가 되지
어떤 좌석에 앉아서 굵고 짧은 잠에 빠져들 때
입을 벌리고 자도 보자마자 잊혀지니까
평화롭지 정면이나 측면이나 측백나무처럼
한결같지 동일하게 지루해도 숨통이 트이지
내 뒤통수와 모르는 사람의 뒤통수가 격하게 맞댄 적이 있다
내 등뼈와 모르는 사람의 등뼈가 최단 거리에서 밀착된 적 있다
내 엉덩이와 모르는 사람의 엉덩이가 물컹하게 겹친 적 있다
몇 번을 앉았다 일어나도 뒤끝이 없지 포스트잇처럼
저기 등을 깊게 파낸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총총 멀어져 간다
■우리는 대부분 전혀 모르는 사람들 속에 섞여 출퇴근을 한다. 그러다 보면 가끔 앞 사람의 뒤통수를 한참 동안 골똘히 쳐다보거나 (물론 그 누군가도 내 뒤통수를 그렇게 하릴없이 바라보았을 테고) "내 엉덩이와 모르는 사람의 엉덩이가 물컹하게 겹"칠 때가 종종 있다. 심지어는 한평생 만나 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들 틈에 끼여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고 있을 때도 있다. 그래도 그다지 불편하지가 않다. 이유는 그들과 나 사이에 "서정과 서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깔끔하"게 지나칠 수 있는 거다. 이는 반대로 말할 수도 있다. 아는 사람은 곧 나와 "서정과 서사"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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