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국민의당, 국가개조 비전 없거나 흐릿했다" 지적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민의당이 10일 제19대 대통령 선거 평가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은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역량 부족과 함께 전략적 위치설정 실패, 정치ㆍ정책노선의 불확실성 등을 지목했다.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위원장 이준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에게 듣는다 : 국민의당 19대 대선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선 후보였던 안 전 대표의 역량 문제가 거론됐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당과 안 전 대표의 패배 이유는 미션(목표)을 잊고 포지션(대통령 자리)만 밝혔기 때문"이라며 "이 모든 문제는 안 전 대표와 당이 공히 국가개조의 비전과 전략이 없거나 매우 흐릿한 데서 발원한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또 안 전 대표의 영웅주의ㆍ엘리트주의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영웅ㆍ엘리트주의에 함몰되면 자신을 맹종하는 소수 측근으로 강고한 사조직을 형성하게 되고, 공조직은 주변화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떨쳐내야 (안 전 대표에게도) 정치적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의 향방을 결정했다고 평가 받고 있는 TV토론에서 안 전 대표가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많았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토론문을 통해 "다자 TV토론에 대한 절대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며 "햇볕정책의 공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준비도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강경태 신라대 교수 역시 토론문을 통해 "안 전 대표는 기본적인 정치적 능력은 갖고 있지만, 조직ㆍ공약ㆍ토론 등 선거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역량이 부족하고 미비했다"고 낮은 점수를 줬다.
당 차원에서는 '전략적 위치설정(포지셔닝)' 문제도 거론됐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중도 세력으로서의 구체적인 위치설정에 실패하면서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도 저도 아닌 '중간'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도' 사이에서 전략적 대응이 부실했다"며 "구체적 정책으로 포지셔닝을 재정립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이 선거를 치를 역량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 평론가는 "선거에서는 후보와 선거대책위원장 등 몇 사람을 빼고는 보이지도 않았고, 컨트롤 타워가 부재함은 물론 홍보물 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며 "벼락치기 선거를 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이 향후 '제3의 길'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소장은 "거대 양당을 지배하는 망령은 마르크스, 김일성, 이승만ㆍ박정희, 케인즈, 주자(朱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제3의 길을 정립하고 무장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박 평론가도 "헌법개정, 지방선거 정국을 주도할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