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3박5일 일정의 한미정상회담을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직후 처음 방문한 장진호전투기념비 헌화행사였다. 문 대통령 특유의 감성적이고 진정성 있는 연설은 통역을 거쳐서 전달됐음에도 행사장에 참석한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이 연설을 잠시 멈추고 눈물을 쏟아내는 노병들을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의 방미 첫 일정을 보고 이번 회담의 성공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만찬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다. 연설에 대한 칭송의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고 말한 것을 보면 미국 사람들 역시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순방의 첫 일정이 호평을 받는 것을 보면서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 째는 "문재인 정부가 완전히 프로가 돼서 돌아왔다"고 평했던 나경원 의원의 말이다. 문 대통령의 가족사(史)와 한미 두 나라의 현대사가 만나는 접점을 찾아 크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행사를 기획하는 실력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뛰어난 것 같다.
두 번째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문 대통령의 연설을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는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두 정상은 사흘 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만날 것이다. 시 주석은 2일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가진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대북 정책을 위해서도 시진핑 주석은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이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남북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행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시진핑 주석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장진호 전투는 문 대통령의 가족사가 한미 두 나라의 현대사와 만나는 접점이면서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현대사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허리를 숙여 90도로 인사했던 노병들과 장진호 전투에서 총부리를 겨눈 상대가 중공군이었다. 당시 참전군인들 중 생존한 사람은 미국 보다 중국에 더 많을 것이다. 미국에서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제 삶이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이 중국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프로가 돼서 돌아온' 문재인 정부가 이에 대한 답도 찾기를 바란다.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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