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웅 IOC 위원 "지금 살얼음판 기어가고 있는데 단일팀을 어떻게 하느냐"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사진)이 "스포츠로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한국 측의 기대는 천진난만한 생각"이라며 남북 스포츠 교류에 대한 기대감을 일축했다.
장 위원은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 참가를 마치고 1일 북한으로 돌아가기 전 '미국의 소리(VOA)'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3일(현지시간) VOA에 따르면 장 위원은 스포츠를 통한 남북 대화와 관련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라면서 "정치ㆍ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 스포츠나 태권도가 어떻게 북남 체육 교류를 주도하고 물꼬를 트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태권도를 통해 남북 스포츠 교류가 성사되면서 꽉 막힌 남북 관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전라북도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 중 태권도가 남북 스포츠 교류를 통한 화해 분위기 조성에 기폭제 구실을 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장 위원은 VOA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 관계가 "절대 풀리지 않는다"며 "북남 관계를 정치가 우선시되기 전 체육으로 푼다는 건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고 기대가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치인들이나 문화인들의 문화 교류 제안을 모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고 덧붙였다.
스포츠가 남북 관계 개선의 매개가 될 수 없음을 거듭 분명히 밝힌 것이다.
장 위원은 문 대통령이 이번 대회 개회식 축사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해 언급하며 사실상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쉽지 않다"며 "지금 살얼음판 기어가고 있는 형편에서 단일팀을 어떻게 하느냐, 단일팀 한다는 말 자체가 우습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세계태권도평화통일지원재단(GTSF) 주최로 열린 만찬에 참석하면서 문 대통령이 제안한 평창 동계 올림픽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 "새로 할 얘기가 없다"며 "지금 무슨 소리를 해봤자 다 구문"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장 위원은 WTF 창설 총재인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과 함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역사적인 남북한 공동 입장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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