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본부 첫 비전 선포…미래 자동차 기술 혁신 주문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현대기아차가 연구개발(R&D) 비전을 '자동차를 넘어서(Beyond the Car)'로 정했다. 자동차 기업이 자동차를 넘어서겠다는 역설적인 비전이다. 한계를 두지 않고 미래 자동차의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3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는 지난달 말 '자동차를 넘어서(Beyond the Car)' 비전 선포 행사를 갖고 기술 혁신을 강조했다.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비전을 선포한 적은 있었지만 R&D 부문의 비전 발표는 처음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R&D 비전 수립은 내부적으론 제네시스 출시, 고성능차 개발, 미래 모빌리티 연구 등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점인데다 외부적으론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하나가 되기 위한 동기부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웅철 부회장과 R&D 임직원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양 부회장은 새로운 비전을 연구활동의 지표로 삼아 자동차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새 비전은 성능과 안전, 품질 등 이동수단으로서의 기본 가치뿐만 아니라, 자율주행과 전기ㆍ수소 엔진 혁신, 정보통신기술(ICT) 결합 등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 단계부터 창의적인 접근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미래 자동차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그동안 자동차의 미래에 대한 준비를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모든 제약과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이동생활이다. 우리는 차의 역할과 영역을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월 2017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는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새로운 삶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친환경적이고 안전하고 연결돼 있는 차량 개발을 위해 R&D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현대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출시 행사에서는 "현대차는 다른 업체와의 협력을 항상 오픈해놓고 있으나 관심 분야는 차보다는 ICT"라며 "향후 자동차 업체 인수합병(M&A)보다 ICT와 자동차의 협력이나 M&A가 더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 정 부회장의 발언이 점증적이고 구체적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자동차를 넘어서'라는 R&D 비전은 정 부회장의 철학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확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시스코, 바이두 등 글로벌 ICT 업체와 협업을 강화,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더이상 자동차에만 머물러서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대기아차도 이같은 흐름에 대응해 발빠르게 미래 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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