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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소의 중국여지승람]이백, 백거이, 소식의 자취- 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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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소의 중국여지승람]이백, 백거이, 소식의 자취- 여산 송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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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강서성의 장강 남쪽에 위치한 여산은 빼어난 경관으로 해서 자고로 수많은 문인 학자들이 드나든 명산이다. 동진(東晉) 이래 청대까지 약 500여 명의 인사들이 이 산을 유람하고 4000여 편의 시문을 남겼다고 한다. 최고봉인 한양봉은 1473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199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및 2004년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유명한 산이며 또 풍부한 인문학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이중 몇 가지만 소개하기로 한다.


▶소동파의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

여산 서북쪽 기슭에 있는 서림사(西林寺)에는 북송의 문호 소동파의 유명한 시비(詩碑)가 있다. 소동파는 왕안석(王安石)과의 정치투쟁에서 패배하고 황주로 좌천되어 사실상 6년간의 귀양살이를 마치고 다시 여주(汝州)의 단련부사로 부임하는 도중 여산에 들러 약 10일간 머문 적이 있는데 이때 그는 서림사에서 '서림사 벽에 쓰다'라는 시를 남겼다.


횡(橫)으로 보면 영(嶺)이 되고 측(側)으로 보면 봉(峰)이 되어
멀고 가까움, 높고 낮음이 각기 같지 않은데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함은
몸이 다만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일 터

좌우로 높고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영(嶺)'이라 하고, 수직으로 높게 솟아 있는 것을 '봉(峰)'이라 한다. 그러므로 여산은 보는 각도에 따라 영이 되기도 하고 봉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또한 여산의 높고 낮은 봉우리들이 혹은 멀리, 혹은 가까이 있기도 하다고 말함으로써 여산의 모습이 웅장하고 다양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여산의 여러 모습을 제시해놓고도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은 자신이 여산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단순한 서경시가 아니고 심오한 내용을 담은 철리시(哲理詩)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여산을 노래한 수많은 시들 중에서도 단연 압권으로 꼽혀 여산시의 총결이라는 것이 후대인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이 시로부터 유래된 성어(成語) '여산 진면목'은 '여산의 참모습'이란 뜻인데 '사물의 진정한 모습' 또는 '사물의 진정한 모습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비유하는 용어로 쓰인다. 지금 서림사 경내에는 이 시를 새긴 시비가 서있다.


▶'호계삼소(虎溪三笑)'의 현장, 동림사


서림사 동쪽에 있는 동림사는 동진의 명승 혜원대사(慧遠大師)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혜원대사는 이 사찰에서 84세로 입적할 때까지 30연 년 간 절 밖으로 나가지 않고 수행에 정진했다고 한다. 당시 동림사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혜원이 손님을 배웅하려고 이 시내를 건너면 뒷산의 호랑이가 울었다고 한다. 사찰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경고이다. 그래서 '호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혜원이 도연명과 육수정(陸修靜)의 방문을 받은 어느 날, 이들을 배웅하다가 고상한 담론에 취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호계를 넘어버렸다. 그러자 뒷산의 호랑이가 울었고 세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이로부터 '호계삼소'라는 성어가 생겨났는데 '호계에서 세 사람이 웃었다'는 뜻이다. 혜원은 승려이고 도연명은 유학자이고 육수정은 도사(道士)이다. 그러므로 이 고사는 이 시기 유, 불, 도 삼교의 융합을 암시하는 하나의 사례라 하겠다. 동림사는 혜원이 18명의 인사들과 함께 '백련결사(白蓮結社)'를 결성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비류직하 삼천 척(飛流直下三千尺)', 이백 시 '망여산폭포'


'여산의 아름다움은 산 남쪽에 있고, 산 남쪽의 아름다움은 수봉(秀峰)을 꼽는다'는 말이 있다. '수봉'은 특정한 봉우리 이름이 아니고, 여산 남쪽의 여러 봉우리들을 총칭하는 말인데 이 봉우리들의 경치가 '빼어나다[秀]'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 중에서 유명한 것이 이백의 시로 인해 널리 알려진 여산폭포이다. 이 폭포의 정식 명칭은 수봉폭포 또는 개선폭포(開先瀑布)지만 이백은 그냥 여산폭포라 불렀다. 그는 26세 때 처음 여산을 방문하여 이 폭포를 보고 저 유명한 시 '망여산폭포'를 지었다.


향로봉에 해 비쳐 붉은 안개 이는데
저 멀리 폭포가 앞 내인 양 걸려 있네
삼천 척을 곧장 날아 아래로 떨어지니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닌지


이백 시 특유의 과장법이 유감없이 드러난 작품이다. '삼천 척'을 환산하면 990m가 되는데 실제로 길이를 재어볼 수는 없었지만 위에서 아래쪽의 웅덩이까지 족히 수백 미터는 되어 보였다. 이백은 일생에 3번 여산을 찾았는데 26세에 처음 방문한 이래 56세에는 부인과 함께 와서 초당을 짓고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죽기 2년 전에 다시 여산을 찾았다. 그만큼 그는 여산을 사랑하여 수많은 시를 남겼다.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리프트를 타는 것이 가장 좋은데 편도에만 35분가량이 소요된다. 리프트 위에서 보이는 주위 경관이 볼만하고 또 중간에 내려 칼을 찬 이백 소상 옆에서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종점에서 내려 약 10분간 걸어 올라가면 폭포를 근접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관폭정(觀瀑亭)에 이를 수 있다.


▶백거이(白居易)의 시 '대림사 도화(大林寺桃花)'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이곳 강주(江州)에 좌천되어 사실상의 유배생활을 하며 여기서 불후의 명작인 '비파행(琵琶行)'을 지었다. 강주는 지금의 구강시(九江市)이다. 한편 그는 근처에 있는 여산에 자주 올라 울적한 심정을 달랬는데, 여산의 빼어난 경관에 매료되어 그곳에 초당을 짓고 여생을 보낼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한 번은 친구들과 여산을 유람하고 산 중턱에 있는 대림사에 숙박하면서 이런 시를 지었다.


인간 세상 사월엔 꽃들 모두 졌는데
산사(山寺)의 복사꽃은 이제 막 한창일세
가버린 봄, 찾을 길 없어 늘 한스러웠는데
이곳으로 옮겨 온 줄 모르고 있었네


봄은 온갖 꽃이 피어나는 찬란한 계절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봄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봄의 끝자락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같이 화려하게 왔다가 너무나 빨리 가버리는 봄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한 시가 많지만 이 중에서 백거이의 시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그가 대림사를 찾은 것은 4월 9일인데 그때 산 밑의 "인간 세상"에는 봄이 가버리고 꽃들은 모두 지고 없었다. 그런데 대림사 뜰에는 봄의 상징인 복사꽃이 활짝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가버린 봄을 아쉬워하고 있던 그가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이 시를 쓴 것이다 "가버린 봄"이 "이곳으로 옮겨온 줄 모르고 있었다"고 말함으로써 억지로라도 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심경을 표현한 것이다.


지금 대림사는 없어졌지만 이 시는 바위에 새겨져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일대를 '화경공원(花徑公園)'으로 조성하고 백거이 초당도 복원해 놓았다. '화경'은 '꽃길'이란 뜻이다. 초당 앞에 새워진 백거이 소상(塑像)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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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은 산 자체만으로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산이지만 소동파와 이백과 백거이의 시가 없었다면 그냥 '아름다운 산'으로만 남았을 터이나 이들의 시로 인하여 더욱 풍부한 인문학적 함의를 지니게 되었다.


송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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